우리는 어떻게 열정을 잃어버렸나?

조직 문화는 변할 수 있는가?

by zejebell

첫 직장, 첫 직업, 첫 월급. 모두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했었던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더 이상 설레지 않게 돼버린 말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고 싶었던 반짝이던 마음들이 너덜너덜해져 남루하게 변해 버리기 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타오르던 열정은 꺼져버렸고 마음은 재만 남아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몸을 그저 움직이는데 그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나름대로의 야망 비슷한 것도 속으로 가져봤을 것이다. 뭔가 더 열정적으로 고난(업무에서)을 헤쳐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TV에서나 볼 법한 성공한 유명인들의 경험담과 자신을 겹쳐 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조직은 이미 정해져 있는 규격에 맞지 않는 조직원들을 골라내고 있다. 조직의 분위기(조직 문화와 같은 의미로 쓰겠다.)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헤치는 사람에게도 적용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업무에 열정적인 사람 역시 골라내질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일에 대한 열정을 보이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주변에서 칭찬과 격려보다는 그렇게 튀고 싶냐는 핀잔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그런 말을 듣지 않더라도 얼마 못 갈 것이라는 불신의 눈초리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비슷하게 맞추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듣게 된다. 결국 그렇게 모두들 그렇게 비슷한 온도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친구나 지인을 만날 때 가끔 그들의 회사 분위기는 어떤지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런저런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서로 비교하게 된다. 어떤 것은 부럽기도 하고 다른 것은 자신의 회사가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비교를 통해 축적된 지식들은 충분히 다음 이직에 참고할 가치를 가진다.


자신이 다닐 회사를 선택하게 될 때(선택할 수만 있다면!) 연봉도 중요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일하는 분위기(문화) 역시 자신의 연봉만큼의 가치를 지닌다. 어쩌면 더 큰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회사의 소개글이나 홈페이지, 제품, 어쩌면 그들의 서비스에서는 그런 분위기와 관계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사실상 경험해 보지 않고는 조직 문화를 진짜로 알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을 통해 그곳의 분위기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 그다지 정확한 정보는 되지 못한다. 결국 내가 일할 바로 그 자리, 조직과 주변인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는 당신이 관여하지 않을 때 회사가 뭔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문화는 조직의 구성원이 매일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련의 전제다. 뿐만 아니라 문화는 보는 눈이 없을 때 조직원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말해준다. 결국 조직 성과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들은 하나같이 문화가 좌우한다. 여기에는 품질, 디자인, 보안, 인사, 재무, 고객 관리등 모든 영역이 포함된다."

<최강의 조직/벤 호로위츠>


회사에 적혀있는 사규보다도 조직원들의 열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런 보이지 않는 조직 문화이다. 신입 시절 선배로부터 어떤 질문을 했을 때 '여기선 원래 그렇게 해왔어.'란 답을 듣고 이해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원래 그렇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을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말일까? 어떤 면에서 더 낫다는 말일까? '원래 그렇게 해왔다.'에 근거한 행동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다. 그것은 조직원들 사이의 암묵적인 규칙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것은 대부분은 조직 리더에서부터 온 것이다. 그들은 조직원들이 좀 더 업무에 애착을 느끼고(주인 의식을 가지고), 좀 더 열정적으로 일하고, 더 높은 성과를 내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알려고, 노력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알고 있지만 귀찮아서, 많은 노력이 들어가서,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아니면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바꾸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한 번 자리 잡은 조직 문화는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대단한 노력과 의지, 구성원들의 지지와 리더의 결단성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바꾸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문화가 하나하나 자리 잡을 때마다 그것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좋은 조직 문화가 있는 조직은 아무래도 일하기 좋은 직장일 수밖에 없다. 직원들이 더 열정을 가지고 일에 몰두할 수 있고, 일을 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조직은 직원들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책임이 있다. 직원들을 뽑아놓고 알아서 일하라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비효율적인 일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좋은 회사일 수록 직원 교육(케어) 시스템이 잘 갖춰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고 들어가서는 자신의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으며 그 일을 통해 자신이 발전해 나가고 있음을 알면서 일하는 직원들은 쉽게 그 열정이 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직원들의 열정을 빼앗는 것은 비효율적인 업무 환경,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조직 문화,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혹은 적대적인) 분위기, 그리고 윤리적이지 못한 리더와 기업에 있을 수 있다.


시대는 계속해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미 사회 분위기는 10년 전과 다르고, 내가 일했던 때와는 또 다르다. 조직도 바뀌고 있을 것이다. 아주 조금씩, 어쩌면 나만 모르게.

내가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조직에서 앞으로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만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변하지 않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부딪쳐 열정을 잃어버리게 되는 그런 일은 직원에게나 조직에게나 엄청난 손실일 뿐이다. 변화는 개인에게도 생존의 문제가 달린 일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은 조직에게도 마찬가지로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장 현명한 사람들과 가장 멍청한 사람 만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

-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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