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버려 두세요(3)

아빠의 폭력과 낯선 질문

영숙이는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서 세수를 하러 갔다.

세면대 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약간 헝크러진 머리, 거친 피부 그리고 게슴츠레한 눈빛.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거울을 보지 말 껄...."


다른 아이들이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왁짜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걸어다니면 알될까?'


영숙이는 혼잣말로 속삭였다.


"영숙아... 다 마쳤니?"

상담 선생님의 목소리가 영숙의 귓전을 다정하게 쓰다듬듯이 다가왔다.


영숙이는 살짝 뒤돌아서면서 다가갔다.

"네."


영숙이는 "왜 선생님 목소리만 들리면 차분해지지?"하며 피식 웃는다.


약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상담을 마치고 나온 영숙이는 자신이 머물게 된 쉼터에 대하여 조금 알게 되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


팔에 멍든 자국이 자꾸 신경쓰여서 긴 팔 옷을 받아 입었다.

영숙이는 그 때 그 기억을 지울 수가 없었다.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드는 아빠.

"과연 저 분이 내 아빠가 맞을까?"

어찌할 수 없이 속수무책으로 영숙이는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아빠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기억을 떠올릴 수 없었다.

다만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은 영숙이의 팔을 비롯해서 가해지는 아빠의 폭력이었다.


'내가 뭔지 모르지만 잘 못을 했겠지.'라고 아주 가끔 수긍하게 되면서도 여전히 통증과 함께 더해지는 아빠의 모습은 더욱 선명하게 그려졌다.


"아파... 아프다고요!"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도 ....


영숙이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쉼터의 일주일 계획표를 손에 들었다.

"내가 잘하는 것이 뭐지? 어떤 프로그램에 들어가야 할까?"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지?"


상담 선생님께서 주신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영숙아 자신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나는대로 말 해줄 수 있겠니? 오늘이 아니라 금주 안에라도... 생각이 나지 않아도 좋아.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겠지?"


'나는 한 번도 이런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아니 누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하지?'


영숙이는 잠시 쉼터외부에 보여지는 초록색으로 덮여진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운동장을 둘러싸고 묵묵히 서 있는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운동장에나 들어가 볼까?"

영숙이는 터덕 터덕 발걸음을 옮겼다.


"언니 .. 언니 이름이 뭐예요?"

누군가가 다가와서 영숙이의 팔을 잡으며 묻는다.


"응.. 누구....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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