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 생각하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와 새어 나가지 않게 하려고 입술에 힘을 주어 웃음소리를 먹고 있는데
곧이어 강사가 하는 말.
"운전대를 잡기 전에는 차를 둥그렇게 돌며 차 외관을 점검해야죠."
그렇다. 차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슈욱 둘러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운전 생초보는 뻘쭘하다.
그 둘러보는 행위는 진짜가 아니라 연습인 걸 아니까.
아무 문제없는 차에게 괜히 한 번 그러는 걸 아니까.
둘러보는 습관을 기르라며 그냥 한 번 쇼를 하고 있다는 걸 아니까.
그리고 실제로 차에 문제가 있다고 한들 내가 차 보닛을 열고 엔진을 볼 것도 아니고, 엔진을 본다고 원인을 알 턱도 없다. 드라마 "로망스"에서 김하늘이 외치던 소리가 들린다. "너는 학생이고 나는 선생이야!" 나도 따라 외쳐본다. "너는 차고 나는 인간이야!" 한낱 여자 사람이 핸들을 요래요래 방향만 틀 줄 알았지, 차를 고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복잡한 차의 구조는 다음 생쯤에나 관심이 갈까,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은 영역이다. 이런 마음이니 한 바퀴 도는 나의 이 몸짓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는!
차 보닛 여는 방법도 모른다. ㅡ.ㅡ
그러니 차를 한 바퀴 비잉 돈다는 그 행위는 이상하게 내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고 괜히 몸도 배배 꼬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까라면 까야하는 실습 중에 한 바퀴 돌아보지 않으면 총점에서 5점을 깎아 먹는 점수제도를알기에 그냥 한 번 실실 돌아보며 차를 눈여겨 점검하는 척, 몰라도 잘 아는 척, 문제가 있으면 고칠 수 있는 척을 하며 차 주위를 배회하듯 걸어본다.
평일 하굣길 아이들을 센터로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와 차에서 내리는데 평소 같으면 차에서 후딱 내려 집으로 총총 걸어 들어갔을 텐데 괜히 뒤통수가 따끔따끔 머리 뒤가 따갑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퍼펙트하게 주차한 마이카가 자꾸만 나를 부르는 게 아닌가.
"어이~ 주인 양반, 나 좀 봐봐. 응? 나 좀 보고 가라구우~"
하고 나를 부르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그 말, 느낌이 이상할 때 무시하면 반드시 사달이 났었다. 잘 가던 걸음을 휙 돌려 다시 차 쪽으로 갔다. 불현듯 운전실습 때 차 주변을 둘러보고 외관도 돌아봐야 한다는 그 대사가 갑자기 떠올랐다. 차를 운전할 때마다 점검하라는 그 말을 나는 한 10년을 운전하면서 5번은 지켰을까. 생각이 난 김에 오랜만에 그 가르침을 한 번 따라볼까 싶어 슉 돌아보려는데
어랍쇼??
자동차 바퀴가 수상하다.
빵빵한 기운이 없고 축 늘어진 듯한, 어째 힘이 없는 느낌이다.
"오호라... 네가 날 부른 거야? 나 좀 보라고 외쳤던 게 너야??"
다른 타이어 바퀴도 한 번 쳐다본다. 바퀴가 4개인 게 다행이다. 비교가 가능하니 말이다.다른 아이들은 멀쩡하다. 빵빵한 기운이 있다. 거북이 다리로 치자면 왼쪽 뒷발 부분만 성치 않다.
흠... 기분 탓인가. 신랑한테 바퀴 사진을 찍어 톡을 보냈다.
"여보가 보기엔 타이어 어떤 거 같아? 나 기분 탓이야? 땅이 조금 고르지 않고 파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도 같은데, 자기가 보기엔 어때?"
당장 출동서비스를 부르란다. 어두우면 확인하기 어려워지니 최대한 빨리 부르란다.
30분 후 출동서비스 직원이 와서 둘러보며 하는 말
"못이 박혀있네요."
우와... 소름이 돋는다...
그냥 무시하고 집에 들어갔으면 이 못이 더 큰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
출동직원은 힘주어 못을 뽑고 주황색 지렁이처럼 생긴 고무를 반을 접어 구멍에 쑤욱 쑤셔 넣더니 다 됐단다.
"이거 빠른 시일 안에 타이어 교체하러 가야 되는 거죠?"하고 아는 척하며 물었더니, 아직 타이어 마모가 적어 더 타도 된단다.
'우와... 타이어가 단단하긴 단단하구나. 풍선 같은 그런 개념은 아니구나. 더 타도 되는구나. 신기하다.' 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찌 되었는지 궁금해할 남편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톡으로 알렸더니 "자기, 차 잘 보고 다니네. 잘했어." 하고 답이 왔다. 우연찮게 요번에 잘 얻어걸린 것뿐인데 칭찬까지 들었다.
아무튼 차를 한 바퀴 쉬익 돌아보지 않았다면 큰 일을 당할 뻔했겠단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차를 고치는 법은 몰라도 가끔 한 번씩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돌아보고 바라봐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차야~ 내 비록 널 잘 알지는 못하고, 고치는 건 더 못하지만 아픈 건 빨리 알아채도록 노력할게. 우리 오래오래 같이 잘 살아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