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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an 08. 2024

쓰레기를 먹는 가족

쓰레기가 넘쳐나는 지구.

인도는 쓰레기를 강으로 버리던데, 바다와 가까운 나라는 바다에, 바다가 없는 나라는 인근 땅에 쓰레기를 묻어버린다. 분리수거조차 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 쓰레기가 넘쳐나도 뭐 어떻게 되겠지 하며 경각심이라곤 전혀 없는 현시대. 지구 곳곳이 병들어 아픈 신음을 내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대한민국은 현재 재활용 분리수거라는 명목으로 종이, 플라스틱, 비닐, 유리, 스티로폼 등으로 구분하여 분리배출을 하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더 이상 효용가치를 느낄 수 없는 상태다.


정부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되었다.


"각 가정마다 한 달에 1킬로 이상의 쓰레기는 내놓을 수 없습니다. 그 이상의 쓰레기는 각자의 집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큰일이다. 4인 가족의 집에서 일주일 동안 재활용 부피만 해도 한 보따리인데 한 달에 1킬로라니 말이 안 된다. 1킬로 이상이 될 경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옥살이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초장에 본보기를 보이려 하는 거겠지. 그렇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여도 높으신 분들은 집행유예를 잘만 받던데 쓰레기 조금 더 나왔다고 감옥 직행이라니 정말 불공평하다. 하지만 까라면 까야하고 지키라면 지켜야지 다른 방도가 없다. 온 지구가 쓰레기 포화상태라 정부도 달리 방법이 없단다.



가장을 감옥으로 보낼 수 없어 결국 엄마는 쓰레기를 먹기로 한다.

혼자 그 많은 양을 다 먹을 순 없다. 사이좋게 나눠 먹어야 그나마 덜 먹게 된다.


종이는 물에 충분히 불린다. 그리고 밥을 안칠 때 물에 적당히 넣고 함께 지어 같이 먹는다. 콩나물밥, 무밥처럼 일명 종이밥이다.


플라스틱은 그냥 먹을 수가 없다. 뜯긴 단면이 날카로워 그냥 먹었다간 입 안에 상처가 날 것이다. 대형 믹서기가 보인다. 맞아. 저거야. 플라스틱을 튼튼한 식가위로 대충 서걱서걱 잘라 믹서기에 넣고 물을 넣었다.

"윙~~~~~~"

먹을 것을 넣지 않았다고 믹서기는 신경질적인 소리를 냈다. 홈쇼핑에서 벽돌도 갈린다던 성능 좋은 믹서기라고 광고를 그렇게 해대더니 플라스틱도 매우 고운 가루로 갈렸다. 가루를 물에 탔다. 어차피 뱃속으로 털어 넣을 거 맛있게 먹기 위해 설탕을 두 스푼 넣어 4잔을 만들어 나누어 마셨다.


막둥이가 이야기한다.

"이거 먹고 배 아프면 어떡해?"

"괜찮아. 미세플라스틱이라면 우리 그동안 먹어왔잖아. 1년에 50개 먹는다니까 일주일에 한 장 꼴 될걸? 근데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잖아?"

똑똑한 누나가 달래듯 말한다.

"아... 그런가."

막둥이는 찜찜하지만 체념한 표정이다.


넷이서 사이좋게 나눠 마신 후 둘러보니 유리와 스티로폼이 눈에 들어온다.

버근거리는 스티로폼은 도저히 먹을 자신이 없다.


'떠올랐다. 밀웜!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지?'

밀웜을 사서 그 아이의 도움을 좀 받아야겠다.


이것의 생명력은 어마어마하다. 10마리만 샀을 뿐인데 며칠새 급속도록 개체수가 늘더니 케이지를 더 큰 걸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자고 일어났는데 케이지 뚜껑이 열려 있다. 이럴 수가. 너무 많은 개체수가 서로 밀고 밀더니 뚜껑까지 열고 말았다. 이걸 어떻게 다 잡지.


그로부터 한 달 후...

베란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혹시 도둑이라도 들은 건가.

살짝 내다보는데...

거기선...


사람도 잡아먹을 듯한 아나콘다 크기의 퉁퉁한 대형 밀웜 한 마리가 나를 향해 꿈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으악!!!!!!!!!!!!!!!!!!!!!!!!!!!!!!!!!




*이상

헛소리도 정성스러운 루시아의 한 장 소설이었습니다. ^^


**주말마다 양손 가득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갑니다. 무겁게 들고나가다 이미 넘쳐버릴 듯한 재활용 자루를 보니 걱정스럽기도 하고 반성도 되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하다간 큰일 날 텐데 하며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 보았는데요. 자연환경을 아끼고 보존하는 일에 우리 모두가 힘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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