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 보고 싶은 나의 반려견에게
아침 해가 숨어서 나를 다시
지켜보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곳에서 너와 만나는 무지개 편지를
끝마칠 시간이라 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
처음에는 만남을 잘 이어갈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지만 어느덧 약속한 30일이 되었네
엄마 아주 잘 해냈다고 너도 기쁘고 행복했다고
많이 칭찬해 줄 거지
애써 외면하며 부정하던 작별의 순간이
바람처럼 지나고 끊임없는 자책과 상실에
구멍이 뻥 뚫렸던 회한의 시간도 지나가고 있어
유한의 삶 속에서 흘러간다는 것은
불행이기도 하지만 참 다행한 일이기도 하지
돌이켜 보면 네가 몇 년전 수술 받고 입원했던
병원만 가면 사시나무처럼 떨었는데
몸이 많이 안 좋을 때 가는 병원이기도 하지만
작은 공간에 홀로 갇혀 그 여린 팔에 24시간
주사를 매달고 먹기 싫은 약과 여러 가지 검사에
얼마나 시달리면 그랬을지 애처로운 너의
절박한 하소연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았어
동네 병원은 주사 맞을 때 엄마가 잡아주고
옆에 있으니까 하나도 안 떨고
또 선생님도 너를 오랫동안 보살펴 주셔서
가능한한 세심하게 맞춰 사랑으로 진료를 해주시니
너도 그 체취를 기억해서 안심이 되었겠지
오히려 주사가 싫다고 성질도 부리고
으르렁거리기도 해서 웃음을 주기도 했었지
얼마 전에는 너를 성심껏 보살펴주신 고마우신
선생님 찿아뵙고 네 얘기도 나눴어
슬픔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번번이 울먹이는
엄마한테 힘내라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단다
순하고 영리한 네가 이번에도 퇴원하고
억지로 입 벌려서 약을 먹이려 하니까
물길래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이럴까 너무나 가여워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는데
그래도 엄마는 한 번씩 먹일 때마다
머리도 쓰다듬고 애썼다고 꼬옥꼭 안아 주었으니
너도 애끓는 마음을 분명 느꼈으리라 믿어
치료받다 잘못될 수도 있다는 내용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하고 떨어져 있을 때는
밤새 전화가 올까 불안에 떨며 하루를 넘기고
내일은 더 좋아지겠지 그 희망으로 만날 시간만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이번엔 여러 가지 여건도
벅찼지만 격리되어 있다 네가 혼자 떠나거나
예기치 못한 더 나쁜 상황이 올까 두려웠고
회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어
너를 내 손길 아래 두기로 결정하기까지는
수많은 갈등과 선택과 후회의 연속이었지
부족한 엄마여서 더 세심히 보살피지 못하고
최상의 치료도 해주지 못한 거 같아 미안하고
미안했지만
그 모든 선택의 순간에서도
너를 너무나 사랑했고 같이 있고 싶었고
네가 곁이라서 더없이 행복했고
어떡해서든 살리려고 온 정성을 쏟았단다
엄마 나 어디가 많이 아파하고 말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헐떡이며 신음소리로 파고드는
고통이 어떨지 가늠도 못 하고 멈춰줄 수도 없는데
눈멀고 귀 멀어 겨우 버티는 너를 억지로
숨만 연장시켜 잡아 두는 건 헛된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괴로움이 가중될 때가 많았지
지금도 어떻게 해야 네가 더 살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알 거 같아
너와 내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한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했다는 것을
너도 병원에 갇혀 외로움과 고통을 감내하기보다는
내 곁에 꼬옥 붙어있고 싶어 했을 거라는 걸
나의 지극한 사랑과 포근한 손길을 느끼며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 있어 덜 무서웠을 거라는 걸
마지막 산책이 된 그날
밖에 나가자 기력이 다해 부서질 듯
떨리는 몸으로 보이지도 않는 실눈을 뜨며
애쓰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통증이 밀려오지만
오월의 꽃향기를 맡으며 부둥켜안았던
그 순간이 없었다면
더더욱 허망한 이별이 되었겠지
너는 마음에 행복한 동요가 오면 찰싹 안겨
특유의 콧소리로 마음을 전하는 섬세한
아이였으니까.. 결코 잊을 수 없는 울림이었어
엄마는 네가 가물한 의식 속에서도
코를 킁킁대며 좋아하는 걸 느꼈단다
그때 만개했던 철쭉은 이제 누런 잎만 매단 채
너와 함께 훌쩍 떠나버렸네
이별은 곧 다른 삶의 시작이겠지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네가 함께함을 알기에
태풍의 눈을 벗어나듯이 엄마는
상실의 바다를 힘겹게 헤치며 나아가고 있어
고인 슬픔이 호수를 이뤄 지금도 샘솟듯
차오르지만 언젠가는 추억의 방을 들추고
벽면을 가득 메운 웃음과 울음도 온전한
기쁨과 슬픔으로 같이 덤덤히 바라볼 수 있기를
그 모든 순간이 감사로 이어지길 원하며
너를 가슴 깊은 곳에 조금씩 넣어볼게
안녕 아가야
우리는 날마다 또 언제 어디서든 만나는 거야
아침이면 엄마 품에 안겨 밖을 내다보며
하루를 위해 기도를 하고 각자의 생을
걸어가는 거야
안녕-----안녕
나중에 이곳에서도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만나길 바라며
밀물처럼 들어찼다 쓸려가는 숨결에
아직도 꺼내볼 수 없는
네 사진과 영상을 마음껏 어루만지면서
♡ 아가야 반가워 다시 만날 아가야
내일 또 만나자, 안녕 ♡
이렇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원하면서 기다릴게
전부인 나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던
지극한 순수함으로 모든 걸 믿고 따라준
나의 사랑스러운 아가들
너희들과 함께 산 시간은 내 생애
또 다른 화양연화였어
엄마 꿈에 자주 와줄 거지
고마워 얘들아 ❤❤❤❤❤
엄마와 끝까지 함께 했던 너와, 너희 모두를
사랑했고 영원히 사랑하고 사랑할 엄마가....
이 아이는 그저 저의 가족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으나 누구에게는
이해받지 못하는 슬픔일 수도 있는데
따스한 시선으로 아픔을 나눠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