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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Dec 08. 2021

늙은 피아니스트의 진혼곡

oil on linen_45.5x45.5cm_2020, 21


늙은 피아니스트의 진혼곡_oil on linen_45.5x45.5cm_2020, 21

작년 이맘때다. 2020년 12월 3일 첫눈이 내렸다. 펑펑, 함박눈이 쏟아졌다. 작업실 앞 공원 하얗게 뒤덮였다. 삽시간이었다. 재빠른 붓으로 장면을 캔버스에 옮겼다. 이듬해 일월 아직 젊은 화우의 부고를 했다. 한동안 하얗게 텅 빈 머릿속을 울리는 말도 음도 아닌 소리에 시달렸다. 그즈음 우연히 인터넷에 떠도는 늙은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었다. 그는 90여 세의 노구를 일으켜 어린아이와 같은 부드러운 손길로 건반을 어루만졌다. 내 머릿속에서 웅웅대는 소리가 누에의 실처럼 뽑혀 나오는 듯했다. 그의 연주는 첫눈 내리는 그림 속으로 스며들어 무한 반복되었다. 2021.12.6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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