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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Dec 11. 2021

철암랩소디 - 봄눈 내리는 밤

oil on linen, 90.9x363.5cm, 2018-21


철암랩소디 - 봄눈 내리는 밤_oil on linen_90.9x363.5cm_2018-21

철암랩소디 - 봄눈 내리는 밤, oil on linen, 90.9x363.5cm, 2018-21


철암로, 밤이다. 봄기운이 완연한데 눈송이가 흩날린다. 마구 달려들어 시야를 가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길바닥에 소복하다. 무심한 늙은 개가 느릿느릿 길을 건넌다.


눈송이가 차창을 뒤덮는다. 툭 건드린 윈도 브러시가 쌓인 눈을 쓸어내리자 두 남녀가 은밀하다. 서로의 나머지를 쫓고 있다. 외롭겠지.


술 취한 목소리로 봉화식당이 시끌벅적하다. 한 사내가 흙 묻은 장화를 신고 뛰어간다. 뭔 일일까. 갱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옥상에 두 사람의 다툼이 있다.


포식자와 먹잇감이 하나 되어 어둠을 비행한다. 어찌 된 동행일까. 그 사내가 잃어버린 양인가? 술 취한 이가 어깨를 움츠리고 눈 덮인 길을 조심조심 갈지자로 걸어 내려온다.


팡팡, 가느다란 가지에 꽃망울이 터진다. 휘날리는 눈송이가 에워싸고 겨울을 잊지 말라 한다. 매번 한참 지나서야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린다. 이 봄을 살갑게 맞아들이자.


창밖을 내다본다. 둘은 헤어지기 못내 아쉬워 다시 부둥켜안는다. 떠나보내고 또 맞이하며 태생적인 단독성을 깨닫는다. 누구나 언제나 외롭다.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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