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사람 알아서 뭐하게??
언니네 병원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누구야?
우리 나라 사람들은 불만이 있으면 가끔 책임자나 높은사람 을 찾는것 같아.
특히나 병원에서 막말로 컴플레인으로 하는 단골(?) 분들이 가끔 계신데, 앞동에 사는 동네 엄마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물었어
“무슨일 때문에 높은 분을 찾아? 제일 높은 분은 병원장님이지?”
“언니 그분 전화 번호 알아?”
“왜?”
“아니 우리 둘째가 언니네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간호사가 주사를 여러번 놓아서 애 잡을 뻔했어“
“아 속상하겠네. 그런데?”
“ 그래서 잘하는 사람 오라고 했는데, 와서 해도 잘 못해서 높은 사람 오라고 했는데 거기 책임자가 온거야“
“아 수선생님? 그래서? 주사는 맞았어?”
“ 주사는 맞았는데, 애를 여러번 찔렀으니까 사과를 받아야 할꺼 아냐?! 그런데 뭐 그렇게 뻣뻣해? 아니 주사도 한번에 못놓고 뭐가 그렇게 당당한데?”
이집 둘째가 돌도 안된 아이였어. 그리고 며칠전 자꾸 토하고 설사한다고 입원한다는 이야기는 들었거든.
“ 아 너무 속상하겠네. 근데 아기가 어리고 탈수도 있으면 주사 놓기 어려워. 주사 놓는 사람도 난처했을꺼야. 네가 좀 이해 해줘.”
“아니 수간호사가 주사 못놓을수도 있다고 너무 당당한거야. 에티튜드가 뭐 그따위야. 나 높은 사람하고 이야기 해야겠어! 언니 병원장 전화번호좀 알려줘”
허허 나도 모르는 병원장님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려 달라는거야.
뭐 사실 모르는건 아니지만, 직접 번호는 모르고 내선 번호만 알지. 그리고 우리 병원은 경기도에 있는 3차 대학병원인데, 어떻게 병원장님 직통 번호를 내가 알겠어?
그리고 알려 줄 수도 없고 말이야.
“화가 난건 이해 하지만 그건 곤란해”
“ 왜 ? 언니도 간호사라 그 사람들 편이야?”
“그게 아니라 절차라는게 있잖아. *관 *에 가면 고객 만족실 있어. 거기 가면 그런 항의 받아 주는 부서이니까 거기서 이야기 해”
“언니 그거 알려주는게 뭐가 어렵다고?”
“그거 굉장히 어려운 일이야. 원장님번호 모르고 알아도 알려줄수 없어 절차가 있는데, 그걸 무시 할 수 없어. 이렇게 네가 나한테 말하는것도 예의에 어긋나는것 같은데?“
“언니 정말 섭섭하다. 우리 애 조카처럼 생각한다면서 ”
“조카라고 해도 나는 원장님번호 알려줄수는 없어 . 절차대로 해 ”
그 일이 있고난 후 그 동생은 더 이상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나 역시 그 동생과 먼저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어.
무례한 싹을 전부터 보긴 했지만 세상 물정을 몰라 그러려니 했는데, 선을 넘는 행동들이 예사롭지 않더라구
병원에서 일하면 별의 별 부탁을 다 받는데, 높은 사람 번호를 알려달라고 저러는 경우는 처음 봤거든
본인이야 말로 언니로 생각하고 가족같이 생각한다면, 언니가 일하는 회사의 제일 높은 장의 전화번호를 물어서 거기에 항의 할 수 있나?
아이가 아프면 속상한거 나도 애기 엄마라서 너무 공감해. 내 아이도 100일도 되지 않아서 영아 산통으로 밤마다 몇시간씩 울어서 걱정되서 소아 응급실에 갔던 적도 있어.
내가 직원이 아닌 병원에서의 나역시 일반 보호자잖아.
내 생각엔 장염이 아닌것 같은데 의사는 장염같으니 입원해야하고, 피검사랑 수액도 맞아야한다고 했어.
너무 어린 아기 팔을 보니, 혈관도 잘 보이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아이가 더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오겠다고 말하고 자진 퇴원서에 서명 하고 나왔어.
다행히 아이는 그날 밤 잠을 잘 잤고, 그런 일들이 몇번 더 있었지만 별다른 이벤트는 없었어.
응급실에서 신규 간호사로 있을때, 20년전에는 아이들이 열나면 열경기 때문에 미온수 마사지를 해줬거든
원리가 미지근한 물을 묻힌 거즈의 물기를 꼭 짠후 마찰열을 이용해 물이 건조해지면서 열을 떨어뜨리는 방법이야.
열이 나면 오한이 오잖아. 아이는 덜덜 떨고 춥다고 울고, 엄마보고 안으라고 더 크게 울었지
엄마는 안쓰러우니 안고서 아이를 달래고
“그렇게 하시면 아기 열 안떨어져요”
한번은 이렇게 말하는 나에게 ”야 너 결혼안했지? 자기애 아니라고 싸가지 없게도 말하네“
갑자기 폭언을 한 아이 아빠도 있었어
그때는 뭐 저런 사람이 있나 싶었는데, 정말 내가 부모가 되니 이해가 조금은 가더라. .
한번에 아이에게 주사를 못놓는다면 아니 환자에게 한번에 주사를 못놓게 되면 간호사는 더 긴장하게 돼
변태도 아니고 여러번 찌르고 싶은 사람이 있나?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조금만 더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 해준다면 화가 조금은 덜 나지 않을까?
수간호사와 그 동생이 어떤 대화를 해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나에게 원장님번호를 물을 것이 아니라 정식 절차를 통해 항의 하는것이 나에 대한 예의일텐데 말이야.
누군가의 에티튜드를 탓하기 전에 자신을 바라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병원은 더 보수적이고 상하 관계가 매우 분명한 집단이야. 우린 간호부에 불만도 먼저 일반 책임 간호사에게 상의하고 그 후에 수간호사 면담을 하고 난후 필요하다면 간호부에서 다시 상담을 하게 돼.
자세히 설명을 해도 자기 입장만 되풀이 하는 동네 동생과의 인연은 거기서 끝이었지.
삼성전자 제품에 불만이 있다고 이재용 회장에게 직접 컴플레인 할 수 없는것과 같은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