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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Oct 07. 2023

당신은 '정말로' 겸손한 사람인가요?

 저는 요즘 류마티스 내과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소화기내과는 위나 장을 볼 것이고, 호흡기내과는 폐나 기관지를 볼 것 같은데 당최 류마티스 내과는 뭐하는 데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인간 몸에 류마티스라는 장기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류마티스라는 단어는 관절염 때문에 익숙하실 겁니다. 바로 류마티스 내과는 '자가면역질환'을 보는 과입니다.



 그럼 또 의문이 생기죠. '자가면역 질환은 뭔데!!' 우리 몸에 침입한 병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것으로 부터 내 몸을 보호하는 것이 '면역'이라는 것은 아실겁니다.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이라 해서 광고도 많이 하니까요. 원래는 밖에서 침입한 이물질을 공격해야 하는 우리의 면역력이 우리 몸에 있는 세포를 공격해서 문제가 생길 때 우리는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합니다. 다시말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우리 국민을 공격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그래서 대개 염증을 가라앉히고 면역을 억제하는 약물로 치료를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이러한 '자가면역질환' 같은 상황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반대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 말입니다. 많은 것들이 있을 수 있지만 오늘은 '겸손'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우리가 흔히 겸손한 사람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조금 심하게 말하면 자신을 낮추고 굽신거리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는 않나요? 우리는 어릴 때 부터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나를 낮게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낮은 자세를 유지하면 '착한 아이' 인것처럼 겸손하다며 칭찬을 듣곤 했죠.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낮추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단점들을 더 크게 봐야 했고, 내가 가진 좋은 점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남들이 모르는 자신의 단점까지 후벼파며 자존감을 깎았고, 겸손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겸손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대신에 자존감을 잃게 되었죠. 이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제 이야기 였습니다. 제가 그렇게 살았었거든요.



 '겸손'은 무엇일까요? 국어사전에 보면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이라고 나옵니다. 보셨죠? '자기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을 존중하는 모습이죠. 사전적 의미 어디에도 자신을 깎아 내리라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가장 최대로 적용한 것이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죠. 그 이상으로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내세우지 않는 태도라는 것이 자신의 장점을 장점이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장점은 정확히 알고 있어도 좋으나 너무 남들앞에서 나대지 말라.' 정도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겸손은 우리에게 있어 우리를 보호하는 무기이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무기입니다. 우리가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된다면 이건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성숙하고 여유로운 사람으로 보고, 나와 관계를 맺고 싶어하게 만들수 있는 '매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겸손을 다르게 해석하고 나를 후벼파는데 이용한다면, 우리가 사용해야 할 무기가 우리에게 날을 세워 상처를 입힌다면 그것이야 말로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자신에게 상처주며 자존감이 낮고 풀이 죽어 있는 사람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따름이지요. 



 우리는 대부분 너무 지나치게 잘못된 방향으로 겸손합니다. 나의 작은 허물을 크게보며 자존감을 깎아대죠.  아까 자가면역질환의 치료는 면역억제라고 말씀 드렸죠. 우리의 잘못된 겸손도 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겸손의 방향을 나를 깎기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생각한다면, 그래서 자신의 장점을 크게 보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며 자존감을 키워 간다면,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나를 내세우지 않는 진정한 겸손한 사람이 되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자신의 자존감도 키워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다들 서로를 존중하며 '진정한 겸손'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다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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