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제빵에 관심이 생겨서 유튜브를 보면서 빵을 굽고 있습니다. 전기레인지가 고장난 김에 오븐까지 되는 제품을 당근으로 구매했죠. 무슨 빵을 만들까 고민을 하다가 동기들한테 주문을 받았죠. 스콘이 먹고 싶다는 주문을 받고 유튜브로 검색을 해서 만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필요한 도구와 재료들을 사고 만들었죠. 각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도 모르는 채로 그냥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저는 성격이 급한 편입니다. 평소에 급하지는 않은데 뭔가 일을 시작하면 후딱후딱해서 얼른 결과를 보기 원하죠. 그런제게 제빵을 하면서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반죽을 휴지하는 시간과 발효하는 시간이었죠. 처음 도전했던 스콘을 만들 때는 길어봤자 30분 정도 냉장고에 놔두는 휴지시간이 있었습니다. 뭐 좀 지루하고 뭔가 안절부절했지만 30분 정도는 별 무리없이 지나갔습니다.
문제는 다른 빵에 도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바삭바삭한 아몬드 튀일이라는 전병 비슷한 것을 만들 때 어떤 레시피에서는 반죽을 만들고 냉장고에서 12~24시간 휴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구워서 결과물을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냉장고에 넣었죠. 그리고 애써 잊으며 다음날 구웠습니다. 확실히 바삭바삭한 것이 맛이 있었고, 그 시간이 보상받는 느낌이었죠.
이스트를 써서 팥빵을 만들 땐 이렇게까지 해서 만들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차발효를 30분 하고 꺼내서 몇번 접어주고 다시 30분 휴지하고, 다시 접어서 휴지하고 다시 접어서 9개로 나누어서 휴지하고 팥 넣어서 2차 발효하고, 예열하고 굽고.... 중간에 쉬는 시간을 싹 빼면 1시간이면 다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렇게 만들다 보니 반나절이 걸리더군요.
빵을 만들며 느낀 것이 있습니다. 저렇게 놔두고 지켜보는 휴지기와 발효시간은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처럼 느껴지지만 그 시간만큼 반죽은 확실하게 변한다는 것이었죠. 휴지기를 거치며 반죽은 안정화 되었고, 발효시간을 거치며 반죽안의 이스트들이 일을 해서 반죽을 한껏 부풀립니다. 그렇게 퐁신퐁신한 빵을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 시간이 되죠.
우리의 인생에서도 이런 시간들이 있습니다. 액티브하게 하는 것 없이 흘려보낸다고 생각되는 시간들 말이죠. 이 시간을 정말로 의미없는 시간이 될지, 아니면 반죽이 발효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의미있는 시간이 될 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쉼의 시간,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죠.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것에 화가 나며 어떤 것에 기뻐하는지.. 이런 것들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볼 때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다시 말해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라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멍하니 흘려보내는 시간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나'라는 반죽을 재정립하고 앞으로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의미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나'는 알아주어야 합니다. 그 시간들에 자신이 의미를 부여해주고, 그 시간을 배려해 주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휴지기를 가지지 못해 안정화되지 못한 반죽처럼, 발효시간을 가지지 못해 퐁신퐁신해 지지 못한 반죽처럼 불안정하고 푹 꺼진채로 흘러 갈 위험이 있으니 말이죠.
인스타, 유튜브를 보면서 흘려보내는 시간 분명히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며 나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알아본다면, 휴지기를 거쳐 안정된 반죽처럼 안정감 있게되고, 충분히 발효되어 부푼 반죽처럼 우리의 자존감도 충분히 채워 질 수 있을 겁니다. 다들 자신에게 의미있는 시간을 배려해주며 자신의 삶이라는 반죽을 성공적인 빵으로 만들어 나가는 우리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