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이 뜸했던 도서관을
한 달 만에 찾았다.
그동안 가지고 싶었던 시집과
책을 몇 권을 사서 읽어보았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아니라는 건
날짜에 쫓기지 않아서
좋았던 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시간이 나태해지며
읽는 단점도 있었다.
소설 한 권이 읽고 싶어졌다.
신간 코너에 한참을 오도카니
쳐다보다가 찾아냈다.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리사 리드센 소설
"나는 상속권을 박탈해 그가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하기를 바랐다.
들어가는 첫 글에 유혹당해
가방 속으로 넣는다.
추위에 움츠렸던 나는 내 마음까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지
내 안의 온도는 한 겨울처럼
더 냉랭했다.
이미 지난여름 책 속에서 살았던
그때를 내 몸은 기억을 하고 있겠지
500페이지에 달하는 작은 글씨의
소설이 큰 활자로 내게 다가와
옆에 내려앉기를 소망해 본다.
세상 만물이 모두 쉬고 있는 지금
나를 보는 것 같아 흠씬 놀란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 만
앙상한 나무를 바라보는 것처럼
내겐 마음의 쉼표가 필요한 건지
요즈음은 무얼 해도 시큰둥하다.
책을 영화를 좋아하는 요리를
해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정신을 놓아버린 이 느낌
크리스마스쯤에 브런치 스토리
승인이 나고서 날아갈 듯한
내 기분이 이 모든 걸
다 이겨내게 해 줄줄 알았는데
여전히 우물 속에 갇힌 것 같다.
행동들은 굼뜨고 의식은 명료하지
않은 채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손이 몸이 가는 대로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다.
마음이 아픈 걸까
멀쩡하던 위장에 탈이 나
며칠을 아프게 보냈다.
갱년기 증상인가 생각도
해보았지만 난 나 혼자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옆 지기와 24시간을 같이 보내는 건
좋기도 싫기도 한 일상이라는 걸
이제야 어렴풋이 깨닫고
있는 중이다.
혼자 있는 이 시간의 자유가
그리웠나 보다
적당한 소음이 있는 도서관이
오히려 집중이 된다는 게
이제 알게 되었다.
삶의 사랑하는 방식을
겨울이라도 바꿔보아야겠다.
도서관을 오고서야 알았다.
나는 도서관의 이 공기가
그리웠다는 것을
내일부터 당분간 난 도서관 출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결정한 이 일이
미라클이 될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난 나를 쓰다듬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