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이별은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대게 새로운 만남이 이별의 시작이 되곤 했다. 그렇다면, 그 이별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던 걸까. 나를 떠나간 많은 사람들의 새로운 만남을 난 축하 해줬어야 했던 걸까.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날, 마음속으로 강아지와의 이별을 준비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는 무척 귀여웠기에, 언젠간 그 아이가 떠나는 날 내가 무너질까 겁이 났다. 그럼에도 강아지가 아프기라도 하면 심장 깊은 곳의 무언가가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든다. 이별은 준비한다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시작과 동시에 끝을 생각하는 난 여전히 시작이 두렵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별을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지만, 시작을 하지 않으면 무언갈 잃는 경험도 없는 게 아닐까. 하지만 늘 시작은 갑작스럽고, 이별을 두려워한다 한들 시작은 찾아온다. 넌 그렇게 내게 찾아왔다. 누구와도 깊은 관계가 되기 싫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그 관계는 시작됐다. 그건 참 무섭고 두려운 일이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내겐 행복이었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잊지 못할 행복과 동시에 아픔을 남기고 간 너를 난 모른 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별이 두려워 시작조차 못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우리의 마지막이 네 새로운 만남을 축하하는 거라면 네게 난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내게 이 이별은 대체 무슨 의미인가.
어쩌면 아무 의미도 없을지 모른다. 만남, 그리고 또 다른 만남 뒤 찾아오는 이별. 지겨운 반복.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듯 이별을 피한다는 건 멍청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유 없는 그리움을 무서워하는 나날, 그 슬픔 속에서 무너지는 하루, 그리고 다시 떠올려봐도 여전히 행복했던 그 시간. 그래, 이 이별에 의미가 있다면, 그건 행복이겠지. 심장이 터질 듯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서 이토록 가슴이 아린 거겠지. 오늘 하루도 조금씩 무너지며 그 속의 행복을 깎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