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고통 없는 하루를 상상하는 게 힘들어졌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고 고통 없이 얻는 교훈 따윈 없다고 믿었다. 난 고통의 맹신론자였고 고통을 사랑했다. 하지만 내가 만든 고통 속에 있는 건 괴로움 뿐이었다.
모든 고통엔 의미가 있으리라 믿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는다면 매일을 같은 고통에 시달리던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난 고통으로 성장했다 믿었고 남들보다 쉽게 우울해지는 난 남들보다 뛰어날 거란 착각 속에 살았다. 누구보다 자신을 싫어하는 내 모습에도 만족감을 느끼는 뒤틀린 자기애. 그건 모순 속의 삶이었다.
고통은 그저 고통일 뿐이란 걸 왜 몰랐을까. 자신에게 채찍질을 해도 아픔만이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아픔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고 행복이 제 발로 찾아오리라 믿었던 걸까. 정말로 행복을 원한다면 고통을 털어내야 한단 걸 몰랐다. 행복에게서 눈을 돌린 순간 모든 고통이 시작된단 걸 몰랐다.
당연하게도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당연하게도 삶은 필요한 고통의 연속이다.
이제는 딛고 일어나자. 날 아프게 한 모든 게 행복이 될 수 있게. 새는 날아가며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인생의 마지막에 무엇이 있을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때론 멈추고 싶은 순간 또한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걸 딛고 일어선 사람이 잘난 사람인 건 아니다. 그걸 딛고 일어나지 못한 사람이 못난 것 또한 아니다. 고통에게서 눈을 돌린다고 약한 사람이 되진 않는다. 고통에 맞서 싸운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 또한 아니다. 고통은 고통일 뿐이다. 간단한 이 말을 모두 모른 채 살아간다.
고통의 의미는 거기엔 아무 의미도 없단 걸 알았을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흘러갈 뿐이고 물은 바위를 만난다고 부서지지 않는다. 큰 바위 앞에서 겁을 낼 필요도, 지나간 바위를 생각하며 아파할 필요도 없다. 사람은 항상 나아갈 뿐이다. 당신이 누구인지에 관계 없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관계 없이. 어떤 사람인지에 관계 없이. 더는 자신을 가두지 말자.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나아가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