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승용차 한 대가 내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가자 나는 환희를 질렀다. 죽음은 겨우 이 한 발짝 앞에 있었구나.
모든 욕망을 잃고 떠도는 나그네는 길 위에서 무엇을 찾는가. 나는 지나치게 많은 것에 감동한다. 따사로운 햇살에, 노랗게 물든 은행잎에, 코 끝을 찌르는 청록색 사과 냄새에, 그 안에 깃든 슬픈 의미에, 슬픔이란 단어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라 부를 수 없는 그 끝없는 허무 끝에 나는 감동한다.
내 삶 그 자체가 하나의 유희일지언정 기쁨과 다를 감정 아닌 재미를 쾌락이라 부를 지에 고민할지언정 나는 그 속에서 감정을 찾는다. 찾고 고치고 쌓고 무너뜨리고 없애고 지우고 반복하고 외우고 웃고 떠들고 울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절망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보내고 떠나고 낫고 낳고 놓고 버리고 다시 찾아내고 그 모든 허무를 사랑한다.
사람들은 웃으며 살아간다. 나는 재미를 감정이라 부르지 않기로 하였다. 감정이 깃들지 않는 웃음은 퍽 재미있다. 하하. 하하하. 아. 아, 아. 다시 그걸 사랑한다. 작은 뇌로 웃고 떠들고 있는 저들을 사랑한다. 그 끝엔 남는 게 없으니.
나는 새가 될 테다. 새가 되어 저 허무로 날아갈 것이다. 그 끝을 보고 이 멍청이들에게 말해줄 것이다. 그럼 그제야 다들 깨닫게 되겠지. 죽음 너머의 의미를.
생각은 그 자체로 고귀하다. 그건 존재하지 않는 것. 존재하는 모든 걸 혐오한다. 밤은 무척 외롭다. 난 존재하는 것일까. 오늘이 몹시 허전하다. 그건 죽음이 아닌 네가 없기 때문에. 그런가. 허무 끝에 있는 건 삶뿐인 걸까. 그렇다면 이 글도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