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은 하루를 버텼다. 살아간다기엔 나아가지 못하던 날들을 살았다 말할 수 있을까. 내 삶엔 많은 구멍이 있다. 그 구멍 너머론 무엇이 보일까. 삶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수능을 보고 나온 수험생들은 대체로 행복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난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 학창 시절이란 구멍을 어떻게 메울지를 생각했던 것 같다. 공부를 하며 지냈던 날들도, 친구라 부르던 이들과 함께 했던 날들도, 내게는 결국 구멍이 됐기에 그 많은 구멍들이 두려웠다. 내 삶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스무 살엔 즐거워야 한다고 배웠기에 스무 살의 난 즐겁기 위한 노력을 했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술을 많이 마시고 웃고 떠들고 즐기고, 그날들도 결국 구멍이 됐다. 이 글을 읽는 스무 살이, 아니면 곧 스무 살이 되는 이들이 있다면 난 분명히 말하고 싶다. 세상이 네 나이에 어떤 의미를 갖더라도 신경 쓰지 마라. 의미는 자신의 것이다.
텅 빈 자신을 돌아본 건 군대에서였다. 사격장의 표적처럼 너덜너덜해진 나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표적은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서야 난 다시 일어났을까. 사실 아직도 넘어진 그대로일지 모른다. 다시 올라온 표적에도 구멍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텅 빈 자신을 돌아보며 난 그 구멍을 메우려 했다. 하지만 어떻게? 나를 돌아보고 빈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그 시간이 메꿔지진 않았다. 모든 순간들에 의미를 담으며 많은 후회를 반복했다. 난 결국 텅 빈 그대로였다. 이건 결국 단순한 자기만족. 이런 글을 쓴다고 지나간 내 시간이 돌아오진 않는단 걸 알았다. 다시 한번의 무너짐. 난 내가 싫었다.
일주일을 내리 울었던 것 같다. 텅 빈 공간 위로 쌓은 젠가는 겨우 한 조각에 무너졌다. 휘청거리던 자존감은 박살 났다. 내가 생각한 내 모습과 내가 살아온 모습과의 괴리감이 어느새 본래의 나보다도 커진 듯했다. 처음으로 이대로 난 무너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거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겨우 몇 마디 말이 이게 다 바보 같은 소리란 걸 일깨워줬다.
난 결국 나였다. 구멍이 나를 만들진 않았다. 글 사이 공백을 읽지는 않듯이. 네가 보는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니듯이. 텅 빈 시간에 의미는 없었다. 없는 채로 괜찮았다. 네가 그 자체로 너이듯. 나 또한 그랬다. 다시 의미를 담자. 내 글들에 의미를 채우기 위해 담자. 글은 채우기 위한 게 아닌 담기 위해 존재하기에. 여기에 모든 순간을 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