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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게임 2화

727-2100

by 유쾌한 철옥쌤


수화기 너머로 낮에 만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저, 오전에 레스토랑 갔던 사람인데 기억나시나요? 제 이름은 김지성입니다. 한양대 경영학과 2학년, 휴학 중이에요. 철옥 씨와 꼭 연락드리고 싶어서… 무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일하는 곳으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퇴근 후엔 몇 시쯤 집에 계세요? 그때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 혹시 번호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얼떨떨했지만 굳이 차단할 이유도 없었다. 무엇보다 90년대 선비 같은 그의 말투와 성품이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그 자체로 영화처럼 비현실적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집 전화번호를 건넸다.

727-2100

그날 밤, 그는 약속대로 전화를 걸어왔다. 십여 분 남짓 이어진 통화에서 그는 믿기 힘든 말을 쏟아냈다.

“오전에 레스토랑에서 철옥 씨를 본 순간, 엄청난 빛을 느꼈습니다.”

“제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늘 평생 함께할 사람을 만났습니다.”

“절대로 철옥 씨를 놓치지 않겠습니다.”

“꼭 결혼할 겁니다.”

말이 이어질수록, 나는 차마 더 듣기 힘들어졌다. 현실을 벗어난 언어 같았고,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결국 나는 단호히 물었다.

“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결혼까지 하겠다고 말할 수가 있어요?”

그러자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통화에 끼어들었다.

“뭐하노!!! 빨리 전화기 안 놔라! 이기 미칬나!!!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와이구 철옥이 저기 와저라노!”

안방의 주인, 할머니의 고함이었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나는 수화기 아랫부분을 손바닥으로 꽉 막았다. 하지만 글쎄, 그가 이미 다 듣지 않았을까?

‘에라이, 모르겠다.’

결국 전화를 끊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 또 하루가 흘렀다.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지만, 김지성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허전했다.

‘내가… 기다린 건가?’

곱씹어 보니, 그가 그냥 부산 아가씨에게 장난이나 친 서울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열흘쯤 지났을 무렵, 다시 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흘러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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