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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게임 5

사랑할수록

by 유쾌한 철옥쌤


무한반복 떠올림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의 연락은 없다. 걱정되고 연락을 기다린다는 말을 나의 일기장에 썼다. 그가 있는 곳의 주소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일기장에 그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것과 함께 한 2시간의 모든 것을 무한 반복 생각하는 것.


이 무한반복이 한 달에서 끝나지 않고 6개월동안 반복되었다. 모든 노랫말에 내 이야기를 연결하기도 했다. 아니 그냥 의식의 흐름은 그와 나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이승환의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를 들으면 흐릿하게 잊혀져 가야하는 운명인 것 같기도 했고 부활의 ‘사랑할수록’ 노래를 들으면 마치 그가 나에게 말해주는 마음같기도 했다. 애닳은 사랑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친구들은 딱 2가지 부류의 태도로 나의 러브스토리로 접근했다. 첫 번째 부류 친구들은 ‘철옥이가 네가 특별한 사람이니 사랑도 이렇게 특별하게 하나보다. 현대판 춘향전이고 플라토닉 사랑의 정점에 지성오빠와 네가 있는 것 같아. 둘의 믿음이 영원하니 곧 좋은 소식이 올거야. 오빠가 전화했을 수도 있을거야. 네가 집에 없어서 못받거나 할머니가 전화받으셔서 그냥 끊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라고 운명같은 사랑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었다. 두 번째 부류 친구들은 ‘그 사람 주소도 전화번호도 모르고 오로지 그 사람이 말한 것만 그대로 믿는 건 위험한 거야. 철옥아, 너 그 사람 한양대 학생증은 확인했어? 그리고 결혼을 할 운명같은 여자라고 말하고 그렇게 사랑한다고 해놓고 몇 개월째 소식도 없고 만남도 없다는 건 정상적이지 않아. 철옥아 어서 소개팅하고 다른 남자 만나보자’라고 의심과 차단의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다 몇 번 소개팅과 미팅을 했지만 그런 자리를 갈수록 온통 지성오빠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전,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와 내가 쓰는 작은 골방에도 내가 무당벌레 모양의 수화기 전화기를 2만원정도 주고 사두었다. 지성오빠의 전화를 안방가서 받으면 시간이 걸리니 빨리 받고 싶었고 그의 전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내 마음이었다. 강한 내 마음.

울리는 전화벨에 반사적으로 1~2초만에 수화기를 잡았는데 아무말이 없다. 상대방이. 난 여보세요? 여보세요? 몇 번 하다가 끊었다. 또 전화벨이 울린다. 받았다. 여전히 수화기 건너편은 끊지 않고 어떤말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것이다. 누구세요? 말씀하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다가 끊으려는 순간.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나야 지성..”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6개월이상 지진처럼 흔들렸던 내 마음, 의심, 고민 등이 완벽히 사라졌다. 그의 이야기를 귀기울이며 들었다.

“내 소식 많이 기다렸지? 너무 미안해. 제주도가서 몇 번 전화했는데 네가 집에 없어서 통화가 안되었던적이 많았어. 도저히 안되어 네가 다니는 대학교 정문 앞에서 너를 마냥 기다리기도 했었어. 너를 만날 줄 알고...”

나를 무작정 기다린 날이 언제인지 날짜로 확인해보니 내가 제주도로 학과에서 졸업여행을 간 시기였다. 엇갈림도 참 운명적이라는 건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하나보다.

지성오빠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제주도에서 올라와서 아버지가 다시 사업 재기한다고 이일저일 하셔서 나도 같이 바쁘게 움직였는데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운전하다가 사고가 엄청 크게 났었어. 그게 5개월 전이야. 다리 쪽을 심하게 다쳐서 수술이 잘 못되었으면 난 평생 걸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었어. 그랬다면 난 평생 너한테 전화 안 했을거야. 너 앞에 그런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없는 거니까. 이제 곧 퇴원하면 너한테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어. 나...정말...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어. 보고싶어”

그의 건강과 마음을 걱정하며 위로해주려고 애썼다. 그리고 6개월동안의 무소식에 주변 친한 친구들은 2부류로 플라토닉 사랑 응원형과 비정상적 교제의 위험성에 대한 차단형이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말을 들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철옥아, 나를 의심하고 위험하다고 말해주는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그 친구들이 정말 너를 생각하는 친구들이니까”

그를 의심하는 친구들의 말이 충분히 언짢거나 불편할 수도 있었을텐데 ‘나를 생각해주는 친구’라는 의미로 접근하는 그의 반응이 더 그를 깊게 믿게 하고 사랑하게 만들었다. 큰 믿음과 위대한 애정을 좀 더 보조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통신기술이 있어서 든든해졌다. 나에게도 삐삐가 생겼다. 그에게 삐삐번호를 가르쳐주었고 내 삐삐번호의 음성사서함 비번도 함께 공유했다. 서로에게 남길 메시지를 함께 공유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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