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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Oct 23. 2023

넌 길가에 핀 들꽃이 되어줘

나에게 음악이란...

누군가 내게 묻는다. 너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이냐고?



나는 걷기를 참 좋아한다. 20대에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을 올랐다, 이런저런 이유로 산을 가지 못했던 때에도 동네 길을 참 열심히 걸었다. 누군가 “산 or 바다”라고 물으면 어김없이 “산”이라고 대답했다. 바라보는 바다보다는 내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산이 좋았다. 스포츠를 별로 즐기지 않는 나에게 바다는 그저 액자 속 풍경 같은 거였다. 반면에 산은 내 곁에서 함께 숨 쉬는 풍경이었다. 걸으며 들꽃도 보고,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도 보고, 바람도 맛보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이런 나를 두고 ‘참 이상한 사람이네, 좋아하는 음악을 물었더니 생뚱맞게 걷는 이야기를 하는 거지?’ 할 게다. 나에게 음악은 그렇다. 음악은 내가 길을 걷고 있을 때 만나는 풍경같은 것이다. 걸으면서 만나는 풍경을 난 때로는 그저 없는 듯이 지나치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들꽃에 카메라를 들이댈 테고, 또 때로는 그저 멈춰 서서 바람을 느낄 것이다. 꽃 한 송이를 보고 가슴 설레고,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땀을 흘리고, 떨어진 도토리를 하나 주워 들기도 하고,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내기도 할 테다. 또 어느 하루는 너무 멋진 풍경에 입을 헤벌쭉 벌리고 한참을 서 있을 것이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른다. 봄이면 비발디의 사계를 흥얼거리고, 한때 자동차 후진할 때 나오던 음악이 친숙한 정도이다. 대부분은 생소하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그저 배경음악으로 깔아 두는 것은 좋아한다. 시끄러운 음악은 거의 듣지 않는 편이다. 댄스음악이나 트로트는 운전하다 너무 졸릴 때 졸음방지용으로 듣는다. 좋아하는 음악을 굳이 꼽는다면 잔잔한 발라드곡이다. 한 편의 시에다 운율을 적절하게 버무려 낸 발라드곡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랑 노래를 들으면 나의 설렘 가득한 사랑이, 이별 노래를 들으면 아팠던 나의 이별이 함께 따라온다. 아침 풍경을 노래한 음악을 들으면 아침의 기분 좋은 졸음과 이불의 감촉이 느껴진다. 비 오는 풍경을 노래하면 햇볕이 쨍쨍해도 비 내음이 느껴진다. 때로는 음악이 들려온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가 음악이 멈췄을 때에 ‘아! 내가 음악을 듣고 있었구나!’라고 느낄 때도 있다. 

 


 나에게 음악은 그런 것이다. 음악은 길을 걷고 있을 때 만나는 풍경같은 것이다. 길을 걸을 때 만나는 풍경은 함께 걷던 사람을 떠올리게도 하고, 내 안에 숨겨져 있던 감정을 퍼올려 주기도 한다. 너무 아름다워 발길을 멈추게도 하고, 그저 나와 함께 걸어주기도 한다. 때로는 그저 풍경으로만 있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렇다. 내가 늘 길을 걸으며 풍경은 만나듯이, 음악은 내가 느끼지 못해도 늘 내 가까이에 있다. 

 


나는 앞으로도 내 길을 열심히 걸어갈 테니, 음악. 

너는 그 길에서 만나는 소소한 풍경이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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