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총회와 담임선생님과의 만남이 있는 날이었거든요. 학교로 향하는 길, 며칠 전 아이가 했던 말로 마음 한 켠이 무거웠습니다. 저녁시간 수학 문제를 풀던 아이가 한숨을 쉬더니 친구들은 다 수학을 잘 하는데 본인만 못해서 설명해주는 친구들이 답답해 한다고 했거든요. 그날 밤 남편과 상의해 찾은 해결방법은 학습지 공부량을 조금 더 늘리고 EBS사이트에서 수학영상과 간단한 온라인 게임을 활용해 보는 것. 아이는 게임을 한다고 좋아했지만 생각보다 게임 룰을 이해하지 못해 연달아 실패하고는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다시 함께 천천히 룰을 익히며 몇 번 해보았더니 재밌었는지 이후로는 혼자서도 곧 잘 집중해서 하더라고요.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불안했습니다. 과연 이게 도움이 될까?
오늘 총회가 끝나고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을 뵈었습니다. 선생님의 학급 계획 설명이 끝난 후 학부모님들께서 자유롭게 교실을 둘러보는 시간. 담임선생님께 아이의 학습에 대해 살짝 여쭤보았습니다. 아이가 수학문제를 풀때 얼마나 많이 뒤쳐지는 편인지 궁금했거든요. 담임 선생님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처음에 문제 이해를 못할때가 있는데 본인이 이해가 안되면 질문을 해요. 그래서 설명을 해주면 그래도 잘 따라와요.“
그 한마디에 팽팽했던 긴장이 스르르 풀렸습니다. 뒤이어 제가 선행학습을 말씀드리니 요즘 워낙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많이해서 실력이 좋다고 하시더군요. 그렇다고 선행을 꼭 할 필요는 없다며 학교 진도에 맞게만 잘 맞춰주면 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제야 보였습니다. 제가 믿어온 속도라는 단어에 가려져 있던 것들이요. 기준이라는 건 아이를 가두는 틀이 아니라, 낯선 세상을 항해하는 아이가 길을 잃지 않게 지탱해 주는 최소한의 안전벨트였습니다. 아이는 이미 교실에서 친구들의 눈총을 견디며 손을 드는 용기를 내고 있었는데, 저는 그 용기를 믿어주는 대신 혼자 불안해하고만 있었던 겁니다.
배움이란 결국 나만의 리듬과 세상의 눈금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아이의 보폭을 지켜주되, 그 걸음이 세상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도록 지도의 경계선을 함께 그려주는 것. 그것이 부모인 제가 건넬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응원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하교 후 운동장에서 실컷 놀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오늘 저는 학부모 총회가 아니라, 진짜 공부를 한 기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