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무실로 향하는 길, 미금역에서 한 정거장 일찍 내렸습니다. 최근 날씨가 많이 풀려서 한정거장 정도는 걷고 싶었거든요. 그전에 커피 한 잔이 간절해져 카페를 찾다 빽다방에 들렀습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의 우렁찬 인사가 매장에 울렸습니다. 저도 덩달아 크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주문한 카페라떼는 유독 고소했습니다. 환대를 섞어 마신 커피는 유독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며칠 전 들렀던 메가커피 매장이 떠올랐습니다. 한번도 가본적 없던 지점이었습니다. 매장 밖 키오스크로 주문을 마치고 주문한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제 번호가 떴지만, 음료를 내주는 창구는 닫혀 있었습니다. 왜 안나오지 하고 기웃거리다 안을 들여다보니 카운터에 커피 한잔이 나와있었습니다. 저 커피가 나의 커피인가 하는 마음에 매장으로 들어가봤더니 직원 두 명은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 창가에서 그대로 서 있었지만, 그들의 눈엔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저는 사실 조금 당황했습니다. 보통 매장 밖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면 음료를 내어주는 창을 통해 밖으로 건네주셨었거든요. 저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당연한 건 아니었나봅니다. 지금까지 이용한 다른 매장 직원들의 센스였던 걸까요.
배움은 이토록 사소한 일상에서 옵니다. 빽다방 사장님에게서는 타인을 환대하는 에너지를 배웠고, 이름 모를 알바생들에게서는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흔히 배움이라고 하면 두꺼운 책이나 거창한 강의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나를 진정으로 단단하게 만드는 건, 일상의 틈새에서 건져 올린 이런 사소한 깨달음들입니다. 타인의 무심함에 내 기분을 내어주지 않는 법, 그리고 나를 향한 작은 친절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법. 이런 사소한 배움들이 모여 나를 아끼는 두터운 근육이 됩니다.
오늘 저는 고소한 라떼 한 잔을 손에 쥐고, 저 자신을 조금 더 귀하게 대접하며 걷습니다. 거창한 진리보다 이 한 잔의 다정함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