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커피를 좋아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발굴조사를 진행하면서 만난 동료와의 커피 모임도 한몫했다.
여기서 동료는 편하게 동료 A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동료 A는 평소에 커피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 친구와 한 솥밥을 먹고 같은 숙소에서 동고동락했던 사이라 속 깊은 이야기는 물론 취미 생활까지 같이 하기도 했다.
그의 취미생활 중 하나는 드립커피 마시기였다.
그동안 나는 커피라고 하면 믹스커피 아니면 마트서 파는 티백 커피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료 A는 생전 처음 보던 드립커피를 나에게 소개해 주었다.
드립퍼에 거름종이를 넣고 따뜻한 물을 부어 마시는 드립커피
커피도 싱글오리진 그러니까 단일 산지의 커피를 갈아서 내려서 마시는 것을 보았다.
그 커피가 바로 이번 장에서 쓰려하는 아프리카 커피 중 탄자니아 커피이다.
일단 커피를 조금 마셔보니 신세계를 느꼈다.
묵직한 바디감과 단맛이 입안에서 화~악 퍼지는 것이 아닌가?
후미에서도 고소하고 초코레티한 향이 퍼져 들어왔다.
A에게 물어보니 이 커피의 매력은 이런 산미 없고 높은 바디감에 쌉싸름함과 고소함이 좋다는 것이었다.
나도 나름대로 탄자니아 커피를 마시며 그 맛과 향을 느끼려 노력했다.
하지만 동료와 달리 아직 내공이 쌓이지 않은지라 쓰기만 할 뿐 그 향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모자랐던 모양이다.
이후에도 동료가 탄자니아 커피를 권했지만 쓰디쓴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그냥 고맙다고 하고 달콤한 믹스커피만 마시곤 했다.
시간이 흘러 둘 다 직장을 옮기고 연락이 뜸해질 무렵 나 나름대로 부여에서 발굴하면서 틈틈이 커피에 대해 탐구하게 되었다.
언젠가 A에게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던 차에 그때 탄자니아 커피 생각나지 않냐며 홈 로스팅도 한번 해 보라고 권하던 것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커피 체리를 제거 후 나온 생두 구매 사이트를 찾고 블로그에서 홈 로스팅 방법도 찾아서 가장 싼 팬형 로스팅기를 구매 후 커피를 볶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간과 온도를 잘 못 맞추어서인지 타버리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니 적당하게 볶아진 것 같았다.
다시 A에게 연락 후 홈 로스팅 한 것을 한번 보내 줄까 하니 흔쾌히 보내달라고 한다.
때마침 그가 좋아하던 탄자니아 커피를 볶아서 보냈다.
여기서 탄자니아 커피에 대해 알아보면
탄자니아는 케냐와 북쪽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다.
대부분의 커피 생산자들은 영세한 소규모의 농장들이라고 한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재배한 시기는 1892년 독일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던 때라고 한다.
커피의 특징은 산미가 적고 바디감과 쌉싸름함이 강한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
이러한 탄자니아 커피를 내 손으로 홈 로스팅 하고 A에게 보내고 그 맛과 향을 평가해 달라고 했으니
나 스스로도 상당히 대견스러웠던 것 같다.
이제 A에게 시음평을 들어야 할 시점
커피를 받고 며칠 후 연락이 왔다.
그는 예전에 발굴장에서 마시던 탄자니아 커피보다 더 좋았다고 한다.
난 걱정반 기대반이었지만 너무 칭찬만 해 주니 몸 둘 바를 몰랐던 것 같다.
내가 마셔봐도 직접 볶은 것이라 신선도에서 시중에 파는 것보다 좋았던 점이 아마도 A에게 후한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
지금은 세월이 더 흘러 가끔 A와 연락하면 젊은 시절 탄자니아 커피를 같이 마시던 때를 이야기하곤 한다.
이렇게 커피 하나로 A와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니 탄자니아 커피가 하나의 인연의 고리 역할을 했던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