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모든 감정은 옳다.

by 온길

“아아악! 하지 말라고 했잖아!”


순식간에 교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책상 위 연필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아이의 얼굴은 울분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소리를 지르고, 책상을 주먹으로 쾅쾅 내리쳤다.


잠시 후, 아이와 단둘이 마주 앉았다.
나는 숨을 고르고 조용히 물었다.

“왜 그랬던 거야?”
“그 친구가 계속 놀려서요.”

아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 순간 네가 느낀 감정은 그럴 수 있어.
화가 났을 수 있지. 속상했을 거야.”


잠시 눈을 맞추었다.

“하지만 네가 한 행동은 온전히 네 선택이야.
네 감정은 옳지만, 그 감정 뒤의 행동은 잘못되었어.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해.”


조용히 울던 그 아이의 눈에서
조금씩 긴장이 풀려나갔다.




모든 감정은 옳다.
기쁨도, 분노도, 두려움도 —
그 모든 감정은 내가 지금 어떤 삶의 지점에 서 있는지를 알려주는 신호다.



감정은 변화무쌍하다.
이번만큼은 마땅하다고 느껴서 확고했던 감정들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모양으로 변한다.
참으로 유연하다.



감정은 존재감이 확실하다.
감추려 해도, 누르려 해도, 모른 척하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고 드러난다.



감정은 내 안의 반응을 동반한다.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반응,
때때로 아프고, 기쁘고, 화를 내는 행동으로 함께 나타난다.



감정은 통과해야 하는 경험이다.
그저 겪어가며 배우고,
조금씩 능숙하게 조절해갈 줄 알게 된다.



감정은 습관이기도 하다.
한번 길들여놓은 감정은
익숙한 흐름으로 내 하루를 이끌어간다.



해결하지 못한 감정은 끝내 다시 마주하게 된다.
피하려고 애쓸수록 더 짙게 남고,
반드시 지나쳐가야 끝나는, 삶의 경험이다.





모든 감정은 옳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그저 살면서 통과해야 하는 경험이라는 사실.


이 단순한 통찰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감정을 인정하되,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가치에 따라 그다음 행동을 선택하는 사람.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이
오롯이 내 선택임을 알아차리게 되면,
비로소 선택의 기준을 고심하게 된다.


나는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려 마음을 쓰고 있는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