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으로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를 만들다
나는 나를 소개해야 하는 플랫폼이 많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브런치, 쓰레드까지.
어디에 들어가든 늘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나는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유튜브에서는 ‘작가의식탁TV’, 인스타와 쓰레드, 브런치에서도 나는 ‘작가의식탁 이효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 내 이름, ‘이효진’은 아주 평범하다. 검색창에 이름을 치면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나온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조금은 다른 결의 나를 드러내기에는 이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름 앞에 하나의 말을 붙이기로 했다. ‘작가의식탁’.
처음부터 거창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 이름은 지금의 나와 전혀 다른 자리에서 처음 불렸다. 그때의 ‘작가의식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공간에 있었다.
남편이 식당 일을 시작했고, 나는 방송 일을 하면서 식당 일을 옆에서 도왔다. 요리는 남편이 했고 운영은 내가 맡았다.
식당 이름을 지어야 할 때가 왔을 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눈에 띄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고 우리답지만 과하지 않은 이름.
남편은 전문 작가는 아니었지만 아들을 위해 한 편의 소설을 썼고 그 마음으로 책 한 권을 낸 사람이었다. ‘작가’라는 말은 직업이라기보다 삶의 한 장면에 가까웠다.
나는 아침에는 방송작가로 일했고 낮에는 식당 일을 도왔다. 말과 글로 살아온 시간이 이미 길었고 ‘작가’라는 단어는 우리 부부에게 낯설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작가의식탁.
작가가 요리를 한다는 뜻도, 문학적인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미도 아니었다. 그저 쓰는 사람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식탁을 차렸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식당 일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의욕만으로 버텨지지 않는 시간이 이어졌다. 자리도, 마음도 조금씩 흔들렸다.
그 무렵 나는 20년 넘게 해온 방송작가 일을 이제는 정리해야 하지 않을가 스스로에게 묻고 있던 시기였다.
인생의 길목에 서 있던 때였다.
그때 마음이 기울어진 곳이 있었다. 아이들이었다.
글로, 말로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분명해졌다. 그래서 독서논술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내 이름으로 하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문제는 또 하나였다.
‘그럼 상호는 뭘로 하지?’
그때 문득 이미 한 번 만들어 놓았던 이름이 떠올랐다.
‘작가의식탁’.
몇 번을 고민했다. 식당 이름을 그대로 써도 될까. 업종도 다르고 맥락도 전혀 다른데.
하지만 결국 그 이름을 다시 쓰기로 했다. 이미 삶에서 한 번 불려진 이름이라면 다른 자리에서도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작가의식탁’은 식당에서 교실로 자리를 옮겼다.
식탁은 여전히 식탁이었다. 다만 요리 대신 생각이 오갔고 밥 대신 문장이 놓였다. 아이들은 말을 하고 그 말은 글이 되었고 글은 다시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 지역의 기억이었다. 식당을 했던 자리에서 독서논술이 수업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식당 하시던 분이 독서논술이요?”
그때는 몰랐다. 이게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라 설명의 부재라는 걸.
나중에 같은 지역 학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을 조심스럽게 들었다.
“작가의 책상도 있고, 작가의 노트도 있고, 작가의 연필도 있는데 왜 굳이 ‘식탁’이에요?. 식당인 줄 알겠어요.”
그럼에도 이름을 바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식탁’을 단순한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쓰기에서 비유와 은유, 상징은 가장 중요한 언어이다. 식탁은 딱딱한 책상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가 마주 앉아 도란도란 말을 건네는 자리다. 생각이 오가고, 말이 풀리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글쓰기 역시 그렇다. 나는 아이들에게 ‘잘 써라’보다 ‘먼저 말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식탁이었다.
하지만 이름 때문에 수업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생기자 이제는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수막에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식탁은 자유로운 소통, 생각이 자라는 식탁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유튜브를 시작했다. ‘작가의식탁TV’. 초반에는 오해를 막기 위해 ‘초중등 교육 채널’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작가의식탁님.”
협찬 메일도 그렇게 왔고 ‘작가의식탁’을 검색해 내 수업을 찾아오는 학부모들도 늘어났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이효진’보다 ‘작가의 식탁’을 먼저 기억했다.
아주 거창한 브랜드는 아니다. 대기업도 아니고, 프랜차이즈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색이 있고, 결이 있고, 나를 설명해주는 말이 되었다.
지금 나는 ‘작가의식탁온라인클래스’로 전국 단위 수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브랜드를 바탕으로 강의도, 책도, 교육 에세이도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이름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브랜드가 생긴다는 건 신뢰가 쌓인다는 뜻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책임감도 커졌고, 그 책임감은 나를 다시 쓰게 하는 힘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브런치라는 플랫폼도 그렇다. 누군가는 묻지 않는다.
“여긴 브런치 파는 레스토랑인가요?”라고.
브런치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자기의 생각과 작품을 올려놓는 하나의 자리, 하나의 의미가 되었다.
‘작가의식탁’도 그런 길을 걷고 있는 게 아닐까. 이름은 결국 설명이 아니라 시간으로 증명되는 것이라는 걸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식탁을 차린다. 말을 올려두고, 생각이 오가게 하고, 각자의 속도로 가져가게 하는 자리. 쓰는 사람으로 살아남기 위해 내가 끝내 놓지 않은 이름. ‘작가의식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