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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Feb 06. 2017

첫눈이 내리길 기다린 여자

제주에 사는 여자, 네마음을 보여줘~!

<첫눈이 내리길 기다린 여자>
 
겨울이면 여자는 기다리게 된대요. 날씨가 추워진다하면 ‘안 오시나~’하고 창밖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요. 여자가 기다리는 건? 그것은 바로 첫눈이래요.


여 - 첫눈이 내리면 만나자고 했는데


지난... 잊혀졌던 과거의 사랑을 떠올리는 여자!!! 혼자인 여자를 더욱 외롭게 만들어요. tv에선 한라산 첫눈 소식이 나오고 혼자인 여자임에도 첫눈 소식은 어쩔 수 없이 여자를 설레게 해요.  막 설레고... 두근두근... 그러면서 이어지는 상상타임... 혼자 영화속 주인공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요. 영화 속 [러브스토리]를 그리며 눈에 그대로 눕는 명장면을 연출해 보기도 하고.. [러브레터]를 그리며 눈이 소복이 쌓인 산에서 하늘을 향해 소리 높여 불러요.


여 - 오겡키데스카~~~~~
 


상상만으로 어느 여주인공 부럽지 않아요. 눈이 쌓인 아름다운 풍경 안에 자신을 그려 놓고 행복해하더니...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 여자! 지금 이럴때가 아니라며 뭔가 결의에 찬 결심을 하더니 싱글인 여자친구들에게 막 전화하기 바빠요.


여 - 얘들아... 한라산에 첫눈 소식도 들리던데.. 이런날 집에 있으면 뭐해? 


비록 한라산에 내란 첫눈 소식이래도... 첫눈이란 두글자만으로 여자를 가만히 방안에 두지 않는대요. 옆에 남자친구가 있다면 당장... 남자친구와 데이트 직행이겠지만... 없는 걸... 여자친구들과라도 허전함을 달랠 수밖에 없대요. 첫눈을 기다리는 여자는 술집으로 향하기보다 커피숍을 선호해요. 창이 넓은 커피숍으로 앉아 아메리카보다는 달달하고 진한 라떼나 모카를 주문하고 괜히 분위기를 잡아본대요. 이런식으로라도... 날씨에 취해 기분을 내보는 여자에요.


여 - 올해.. 한라산에 첫눈 내리는 동안 우린 그동안 뭐했을까?


친구들과 이런 저런 푸념을 늘어놓기 바빠요.


여 - 야... 아직 늦지 않았어... 우리 말이야.. 정말 제대로 된 첫눈 소식 들리는 날에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어?


이러면서 역시 지들끼리 상상 수다 잔치가 벌어졌어요.


여 - 뽀드득 뽀드득 함께 눈길을 밟고.. 아...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이럴땐 정말 순수한 소녀들이 따로 없어요.


여 - 첫 눈 오는 날은 아무래도 기온이 더 떨어져 추워지겠지..

난 남친 코트 주머니에 손 찌르고 아.. 따뜻해~~~~ 


서로 남친이 생기면 이러겠노라고 계획을 늘어놓기 바빠요.
그러다 갑자기 급 실망하는 여자!!!


여 - 야야야.. 이렇게 계획만 거창하면 뭐하냐고.. 정작 옆에 아무도 없는데...


다시 우울모드에 들어간 여자에요. 그러면서 이 겨울이 싫다. 겨울이란 계절은 도대체 왜 생겨난 거냐며..우리나라가 사계절인게 너무 싫다...겨울이란 계절은 솔로들을 너무 쓸쓸하게 만든다며... 난리에요..
첫눈 오면 남친과 함께 눈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목적지 없는 버스투어를 갈거라며 기대 가득 설레임 가득이였던 여자가 이번에는 눈이 왜 내리는지 모르겠다며.. 출근길 걱정에 질퍼덕거리는 눈길도 짜증난다며 상황 반전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엔 첫눈을 기다리고 사랑을 기다리는 여자!
다시 마음을 바꾸고 또다시 결의에 찬 눈빛을 보여요.


여 - 우리 이러지 말고 노력하자... 여기 제주시에 첫눈 내리기 전에
늑대목도리 장만해야 하지 않겠어?????


친구들끼리 약속을 해요. 좀더 오픈 마인드로 사람을 만나고 어서 빨리 남친을 만들어 첫눈 오는날 이곳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약속 했어요.
그 약속만으로도 벌써부터 남자친구가 생긴듯한 뿌듯함!!!
첫눈을 기다리는 여자 벌써부터 휴대전화 문자질에 여기저기 찔러대기 바빠요.
소개팅 시켜주면 안되느냐~~~~ 좋은사람 있으면 소개시켜달라... 첫눈 내리는날 기필코 연애를 하겠노라 마음자세부터가 완전 적극적으로 돌변했어요.
추운 여자의 마음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줄 사람. 사실은 첫눈보다 사랑을 기다리는 여자!


지금까지 첫눈을 기다리는 여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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