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Feb 06. 2017

첫눈이 내리길 기다린 남자

제주에 사는 여자, 네마음을 보여줘~!

<첫눈이 내리길 기다린 남자>
 
이제 막 솔로 탈출한 남자! 남자는 기쁨의 탄성을 질러요. 이 겨울.. 춥지 않게 보낼수 있음에 즐거워해요. 전혀 로맨틱하고는 거리가 먼! 무뚝뚝 그 자체였던 남자였거늘 여자친구가 생기더니 이 남자... 로맨틴 버전으로 급 바뀌니.. 역시 여자친구가 생기고 볼 일이에요. 솔로일 때는 매일 밤


남 - 비나이다.. 비나이다.. 여자친구 생겨 제발 올겨울 똣똣하게 보내게 도와주세요.


이랬다면.. 여자친구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다음과 같이 바뀌었대요.


남- 비나이다.. 비나이다.. 새하얀 눈이 펑펑 내려 로맨틱 분위기 연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솔로일 때 남자는 그랬어요. 눈같은 건 폴짝폴짝 동네 강아지나 좋아하는 것이라고, 겨울 옷 꺼내 입을 일 귀찮고 자동차 체인 준비해야하는 거 짜증나게 하는 귀찮은 존재. 그대 이름은 눈이라고! 특히나 운전 많이 하는 직업의 남자는 눈이 그렇게 싫고 짜증날 수가 없대요. 하지만!!! 여자친구가 생기나고 난 남자는 상황이 달라졌대요.


남 - 첫눈이 언제 오려나... 진도 좀 팍팍 나가게... 눈아... 눈아 제발 좀 내려다오~


여친과 함께 있을 때 제발 첫눈이 내려주길 바래보는 남자! 왜??? 첫눈 내릴 때 분위기 잡고, 그 앞에서 소원 비는 연출도 하고 그동안 꿈꿔왔던 영화와 같은 연애를 시도할 수 있다는 거에요.... 여친이랑 같이 없더래도 지금 연애중인 남자에게 첫눈은 사랑을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일수밖에 없대요.


남 - 자갸... 창밖을 봐. 눈 온다.. 눈!!! 지금 누구랑 있어? 이럴때 내가 옆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 무슨 생각해?


이런식으로 막 애교 떨며 그동안 못해봤던 닭살행각을 떨며 달콤한 사랑을 속삭인대요. 상상만으로도 그저 행복하고 설레인대요.
이러니 이러니.. 잘 챙겨보지 않던 기상예보에 귀가 번쩍~~ 두 눈 크게 뜨고 기상캐스터의 예보를 챙겨 듣는 일이 늘었어요.


남 - 첫눈이 오면... 아... 이거... 자연스레..쪼옥~


여자친구와의 달콤한 키스를 상상하는 남자!!! 첫눈은 닿을듯 말듯 둘 사이 친밀도를 급상승시켜줄 수밖에 없대요. 그러니 준비 철저! 대비 철저! 친구나 인터넷 조회를 통해서 어떠한 준비를 해야하는지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가장 저렴하고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대요.


남- 크리스마스에 첫눈이 내려주면 딱인데....


크리스마스 선물과 함께 효과를 보려구 아님 준비한 선물 없을 때 대처용으로 그만이기에 남자는 첫눈이 크리스마스와 겹쳐 내리길 바래보기도 한대요.
과거 여친이 했던 멘트나 장소, 선물 등을 연상해보며 어떤게 제일 괜찮은지 파악해보는 남자에요.


남 - 뭐 특별한 멘트 없나?


특별한 멘트에 대한 고민, 특별한 장소에 대한 고민의 시작!!! 이왕이면 내리는 눈이 장관처럼 펼쳐질 수 있는 넓은 공간을 그리며 선물은 당연히 소원 뒤의 달콤하고 따뜻한 키스를 상상한대요.


남- 아냐.. 아냐.. 사람들 많은 곳일땐 창피하니까 단둘이 있는 공간이 좋겠어~~


이런 저런 상상으로 혼자서 바쁜 남자!!!!!!! 그럼 여기서 첫눈 내리는 날 있고 싶은 장소에 대해 대충 원하는 순위 믿거나 말거나 리서치 들어가봐요~ 5위.. 창문이 있는 여친 방! 4위...쇼핑거리... 3위! 공원거리.. 2위... 건물 옥상!!! 1위는????????
두구두구두구두구 두구두구두구두구.. 1위는.. 차안!!!!!!!!!!!!! 왜? 추우면 히터 틀고 둘이 뽀뽀도 할 수 있고, 더 좋은 장소로 빠르게 이동도 가능하니까~ 또 무엇보다 돈이 적게 드니까 이보다 더 좋은 장소도 없대요.
하지만 이런 된장~~~~~~~ 키스의 달콤한 순간이 와르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에요.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더니..이별을 선언하며 다른놈에게 떠나버린 여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에요. 거기다 옆에 여친 있을때 그렇게 기다리던 첫눈이 헤어진 이후.. 외롭고 쓸쓸해진 이 시기에 내리니.. 더더욱 미치고 폴짝 뛸 노릇이래요.
로맨틱하던 남자는 어디로 가고 심하게 저주를 내리기 바쁜 악마와같은 남자!!!!!


남 - 이 세상에 첫눈 바라보며 소원 빌고 있는 남자들... 눈길에 미끄러져라~ 꽈당!!!!!!!!!!!!


하지만 부러움이 바탕에 깔린 투정일 뿐이래요..
역시나 헤어진 이후에도 상상타임은 계속... 쭈욱~~~~~~~~~


남 - 지금 그녀는 누구랑 무슨 소원을 빌며 있을까?


나와 함께 빌어줄 그 소원이 다른 남자의 것이라는 존재가 괜히 불쾌해지는 기분 나쁜 순간이에요. 이러니 자연스레 술이 생각날 수밖에 없어요. 그녀와 나눴던 그 약속이 생각나 한잔~ 그 말들이 다시 생각나서 한잔.. 술 마시는 일만 늘어난 남자에요.


남- 햇살아... 비춰라.. 제발.... 


없어서 추운데 눈까지 내리면 더 추워진다고 첫눈 내리길 바랬던 이 남자..
막상 내리니 이번엔 그치고 제발 빨리 햇살이 내리쬐 주길 바래본대요.


지금까지 첫눈이 내리길 기다린 남자였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몸보신 하는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