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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17. 2024

서울 가는 길

이백 예순여섯 번째 글: 설렘, 기대

드디어 대구 촌놈이 서울 가는 날입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더니 이렇게 성큼 오고 말았네요. 정확한 햇수는 저도 가물가물합니다만, 족히 27년은 훌쩍 넘은 듯합니다. 강산이 거의 세 번이나 바뀔 만큼 시간이 지났으니, 과연 그동안 서울이 얼마나 변했을지 몹시 궁금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대구밖을 거의 벗어나 본 적이 없으니 저도 저지만, 아내는 제가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 가서 길이라도 잃어버릴까 싶어 염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사실 오늘 서울행의 목적은 순수 관광 혹은 여행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글을 쓰시는 이숲오 작가님의 장편소설 '꿈꾸는 낭송 공작소' 북토크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매거진 '매거진은 청바지가 아니다'에 함께 글을 쓰고 있는 이숲오 작가님과 희수공원 작가님을 만나 뵙는 목적도 크고요.


너무 오랜만의 발걸음이라 그런 걸까요? 그냥 가면 되는 것인데 왜 이렇게도 긴장되고 마음이 설레는 걸까요? 어제 오후 모임 장소 약도를 보내 주신 이숲오 작가님의 배려 덕분에 길을 잃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복잡한 서울의 지하철을 제대로 탈 수나 있을지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되긴 합니다.


간 김에 경복궁이라도 보고 오겠다고 아내에게 큰소리쳤더니, 서울 지리를 잘 아는 아내가 한사코 손사래를 칩니다.

"그 넓은 경복궁에 갔다가 길 잃지 말고 그냥 덕수궁이나 보고 와."

그러면서 덕수궁은 그리 넓지 않으니까 거기만 한 바퀴 둘러보고, 북토크 갔다가 마치면 딴 데로 새지 말고 곧장 집으로 오라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어린아이 취급하는 게 다소 못마땅했지만, 마누라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기에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뒤에 집을 나섰습니다.


지금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입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하네요. 연신 하품이 나옵니다, KTX를 운행하는 동대구역까지 세 개의 역을 앞두고 있습니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니 제 속의 설렘과 기대도 더 커져갑니다. 고작 서울을 가면서 너무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닌가 싶지만, 오늘 어떤 일이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큽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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