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께
이백 여든 번째 글: 온 마음을 담아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담임입니다.
저는 이제 열차를 타고 대구를 막 벗어났습니다. 오늘 아침은 전쟁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 한 해 저와 함께 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봅니다. 아직 어떤 아이의 얼굴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명단으로 확인했으니 대략 어떤 이름들이 있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달콤했던 봄방학이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학교를 향하는 오늘 아침 작년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의 마음들이 생각이 납니다.
아침에 멍한 얼굴로 잠에서 깬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일단은 그 첫 번째입니다. 여전히 설렘이 온 마음을 지배한 가운데 두려움 또한 작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롭게 만난 친구가 나와 잘 안 맞으면 어쩌나, 이상한 친구들이 있으면 어쩌나, 담임선생님은 어떤 사람일까, 하며 전전긍긍하고 있지나 않을까 생각됩니다.
두 번째 마음은 여러 어머님과 아버님들의 마음이겠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혹은 학교 앞에 아이를 내려 주면서, 잘 갔다 오라고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지만 어쩐 일인지 마음이 그리 가볍지는 않습니다. 마음 한편에선 과연 저 녀석이 오늘 하루 무탈하게 잘 마무리하고 집에 올까, 하는 염려가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가 만나게 될 새로운 친구나 새 담임에 대한 기대 혹은 염려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마지막은 바로 저의 마음입니다. 실컷 잤다고 잤는데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몽사몽입니다. 이렇게 몽롱한 가운데에서도 드디어 첫날이 되었구나, 하는 긴장감이 듭니다. 시작이 되었으니 이젠 어떻게든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 외엔 별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세 가지 마음이 하나가 되어 오늘 하루가 시작되려 합니다. 아마도 이변이 없다면 잘 마무리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3월 한 달, 또 그렇게 해서 한 학기를 무탈하게 보내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1년의 긴 여정도 그렇게 꾸려질 것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지내다 보면 이런저런 변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크고 작은 사건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과 함께 첫 단추, 잘 꿰어 보겠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합니다. 혹시 학교에서 혹은 저에게서 아무 연락이 없으면 아이가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댁내에서 혹은 직장에서 행복하고 여유로운 시간 보내셨으면 합니다. 어머님, 아버님! 귀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을 저에게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3월 4일 첫날에
담임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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