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풍경
이백 여든아홉 번째 글: 매일 보는 풍경입니다.
아침에 기차를 타면 열차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봤을 때 왼쪽 편으로 고속도로가 보입니다. 서울로 이어지는 경부고속도로입니다. 물론 반대쪽으로 가면 부산이고요. 12년 동안 똑같은 길을 봐오면서 단 한 번도 고속도로를 통해 부산은커녕 서울도 못 가봤네요. 바빠서 못 간 것인지 게으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한 1분 남짓 될까 말까 한 짧은 시간 동안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 외의 시간은 작은 산들과 이런저런 건물들에 가려 고속도로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원스레 뻗은 고속도로와 그보다 더 시원하게 달리는 차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F1 경기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아침부터 도대체 어딜 가기에 다들 서두르는 걸까요? 그래 봤자 기껏 직장일 테고, 그리 바삐 움직이지 않아도 결국엔 시간 내에 도착할 텐데 말입니다.
사실 아침엔 여유를 갖고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차분하게 구상하고, 필요하다면 전 날의 행적도 더듬어봐야 합니다. 그 어느 누구라도 어제보다 더 좋은 하루를 만들어 가고 싶을 테니까요. 지각이라는 걸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전 개인적으로 아침에 느긋하게 출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다 같지 않듯 아침을 바라보는 생각 또한 다른 모양입니다. 말은 지긋지긋하다고 하면서도 최대한 늦게 출발해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고 마는 그 아이러니한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제가 기차 속에 타고 있다는 것이겠습니다. 만약 저 고속도로 위를 달려가고 있었다면 저 역시 덩달아 서둘렀을 겁니다. 조금의 여유도 없는 가운데에 허겁지겁 하루를 시작하고 싶진 않습니다. 지나간 하루를 정리하고, 다가올 또 다른 하루를 정리하기 딱인 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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