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Mar 20. 2024

화장을 하고......

이백 아흔다섯 번째 글: 화장은 집에서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화장을 하고 다닙니다. 그건 자신의 기본적인 자존심인 동시에 어쩌면 타인에 대한 배려인지도 모릅니다. 푸석푸석한 맨 얼굴에 떡이 진 머리로 돌아다니는 남자가 있다면 왜 저러고 다니냐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듯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여성에게도 비슷한 시선으로 대합니다. 물론 화장을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자유입니다. 다만 전혀 꾸미고 다니지 않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일종의 결례로 생각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과하게 하고 다니지만 않는다면, 아내가 화장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절 간섭을 하지 않습니다.


흔히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을 합니다. 이 말도 어딘가 어감은 좋지 않습니다. 자신을 꾸이는 일이 왜 '죄'라는 말과 연루되어야 하는 걸까요? 그건 죄의 있고 없음을 논할 만한 문제가 아니라 자유의사에 달린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과연 치장 수준 정도의 화장이라면 공개적인 장소가 아니라 집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로션이나 스킨을 바른다거나 핸드크림을 바르는 것이라면 공개적인 장소에서 하더라도 얼마든지 이해되지만, 얼굴 전체 화장이나 특히 변장에 가까울 정도의 짙은 농도의 화장을 하는 경우라면 저만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보기가 영 불편합니다. 물론 제가 보기 편하냐 혹은 불편하냐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타인에 대한 지나친 결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기차 좌석 맞은편에 앉아 한 여성이 화장하느라 여념이 없는 한 여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상대방을 너무 물끄러미 보는 거 실례를 넘어 오해를 사기 십상이니 최대한 보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만,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푸석푸석한 얼굴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 저 정도면 무죄가 된다는 변신이 아니라 거의 변장에 가까운 것이구나 싶기도 하고, 이 짧은 시간에 사람이 저렇게도 변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화장을 한다는 것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덜 든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얼굴을 일면식도 없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여과 없이 드러내고는, 그 얼굴이 바뀌어 가는 과정을 사람들이 지켜보게 한다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결례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역시 남이야 화장을 하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솔직히 보기가 영 불편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람들이 있는 데에서 면도를 한다거나 손톱이나 발톱을 깎지 않듯 외출 시의 화장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예의의 차원에서 조금 자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걸 단지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나다움, 혹은 당당함의 차원으로 인식하는 건 조금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순간 익숙한 낱말 하나가 떠오릅니다. '꼰대', 벌써 어쩔 수 없는 꼰대가 되어 버린 모양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연예계 뉴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