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포착
삼백 여덟 번째 글: 좋은 경치는 먼 데 있지 않습니다.
한창 벚꽃이 피어나 여기저기에서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멀뚱한 데에 핀 한 그루가 시선을 잡아채는가 하면 몇 그루가 뭉쳐 있는 곳은 마치 군락지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들게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딜 가든 이만한 장관을 찾아보긴 힘듭니다. 다시 봐도 그런 생각뿐입니다. 어쩌면 저렇게 고운 색일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한창 벚꽃 개화 시기와 맞물려 지역 축제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명한 어느 관광지도 아닌 일상의 한 공간 속에서도 이처럼 좋은 느낌을 갖는데, 벚꽃 축제가 열리는 곳에 가면 얼마나 더 화려할까요?
그런 생각이 들어도 막상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금세 상당한 풍광을 보곤 합니다. 아파트 안에도 흐드러지게 벚꽃이 피어 있습니다. 학교 가는 길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가 하면, 심지어 이젠 어디를 가더라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곳에만 있다는 메타세쿼이아 길이 따로 없습니다. 길을 걷다가 멈추는 곳이 바로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고, 어디든 카메라를 들이대는 곳에선 멋진 사진이 연출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요 며칠 산책을 하다 수시로 발길을 멈춥니다. 어느 각도에서 보든 감탄을 자아냅니다. 예전처럼 차를 타고 진해까지 가야 환상적인 경관을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굳이 팔공산에 들를 이유도 없습니다. 창문을 열면 그곳이 바로 핫플레이스가 되고,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서기만 해도 눈이 행복해집니다.
특별한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특별한 곳에만 있는 건 아닌 모야입니다. 전혀 색다를 것이라고는 없는 이곳에서도 보기 드문 장관이 펼쳐집니다. 특별한 장소를 찾지 않아도 특정한 시간대를 염두에 두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도 최고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일상을 포착하면 그것이 바로 특별한 게 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이것이 일상이 가진 힘이 아닐까요?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