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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pr 06. 2024

어떤 것이 더 좋을까요?

015.

이제 더는 마음에 드는 소설을 찾기가 어려웠다. 아마 소설이든 영화든 좋아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느 순간이 오면 뭔가 정체기가 온다. 좋은 소설, 좋은 영화, 좋은 드라마를 찾기가 힘들다. 나는 이걸 흥미 대출 정지 구간이라고 부른다. 너무 많은 흥미를 이미 당겨 썼고 세상은 그걸 눈치챈 후, 나에게 그 한도가 넘어버려서 잠시간은 대출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한 것이다. -> 본 책, 133~134쪽

참으로 흥미로운 명명법을 위의 책에서 봤습니다. 흥미 대출 정지 구간이라니요? 어쩌면 이렇게도 맛깔나게 표현했나, 싶은 감탄이 절로 일어납니다.


책의 저자의 말처럼, 더는 흥미로운 소설이나 마음에 드는 소설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져 버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읽어야 할 소설은 수백, 수천, 아니 수만권일 테지만, 그런 마음으로 새로운 소설을 집어들 때마다 실망하며 돌아서곤 합니다. 그나마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별점을 매길 수 있는 소설들이 더러 눈에 들어오지만, 따지고 보면 딱 거기까지입니다. 책꽂이에 꽂아놓고 틈날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 읽어보고 싶은 소설은 족히 최근 몇 년간은 만나지 못한 기분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이 많은 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두 가지 방법 중에 어떤 것이 과연 더 효과가 있는지를 말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시쳇말로 인생 소설을 예를 들어 백 번 정독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서로 다른 백 권의 소설을 한 번씩 정독하는 방법입니다.


누가 생각해도 첫 번째의 방법은 무모해 보입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세 가지 선행 요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다독도, 같은 책만 반복해서 읽는 걸 염두에 두고 논한 건 아닐 테니까요. 이건 제 짧은 소견입니다만, 기억에도 남지 않는 그냥저냥 했던 소설, 즉 시간 때우기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소설을 읽고 난 뒤, 정작 제 창작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흥미 대출 정지 구간에 걸려 더 이상 다른 문학적인 자극에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과연 그런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위의 두 가지 방법 중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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