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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30. 2024

6월의 마지막 날

2024년 6월 30일 일요일, 흐림


드디어 6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덥다가 비 오다가 다시 덥다가 비 오다가를 반복하는 중에 6월의 한 달이 다 지나가 버렸다. 그 한 달 동안 과연 나는 무엇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뭔가가 또렷하게 기억이 날 만한 일이 없다. 어느새 마치 그건 당연한 일처럼 되어 버렸다. 사실이 그렇다. 우리가 살면서 기억에 간직하고 싶을 만큼 의미 있는 일은 그다지 많이 일어날 리가 없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매사에 최선을 다해서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주위의 여건에도 흔들리지 않을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할 테다.


내 목표가 무엇인지, 아니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내게 목표 따위가 있었던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에 급급한 내 인생이 아니었을까? 그런 와중에 무슨 목표가 어떠니저떠니를 운운할 수 있을까? 그래도 생각난 김에 내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를 더듬어 본다. 아무런 탈 없이 무사히 10년을 보내고 정년퇴직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많이 늦긴 했지만 빠른 시간 내에 승진을 하는 게 목표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글쓰기와 관련해 단행본을 출간한다거나 공모전에 입상하는 것이 목표일까?


목표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 하나만큼은 흔들림 없이 꼿꼿이 설 수 있어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 달리 말하자면 밥 먹고 잠자고 숨 쉬는 것 외엔 그 목표 하나를 수렴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어쩌면 여가를 보낸다거나 소일거리로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는 내게, 나이가 오십 대 중반이면 이젠 욕심 따위는 버리고 조용히 사는 게 맞지 않느냐는 말을 한다. 간혹 내게 그 말은 나대지 말라는 뜻으로 들린다. 극단적인 경우엔 그냥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라는 비아냥으로 들리기도 한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막말로 죽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고, 죽는 순간이 온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얼마만 한 가치를 지니게 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냥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 정도로 못 박아두면 되지 않을까 싶다. 가만히 있어도 가는 게 인생이고, 열심히 움직여도 가는 게 인생이라면 뭐든 하나는 이루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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