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월요일
삼백 아흔다섯 번째 글: 오늘은 편하게 일하는 날입니다.
오늘은 쉬는 월요일입니다. 월요일이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날이라서 바쁘기 마련이지만, 내일까지는 공식적인 방학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놀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수요일부터는 좋든 싫든 출근해야 합니다. 그냥 집에서 이틀 푹 쉬었으면 하는 마음도 없진 않습니다. 그래도 할 건 해야 합니다.
지난주에도 출근하긴 했으나, 가서 제대로 환기도 좀 하고 모처럼만에 청소도 해놓아야 합니다. 개학 당일에 가서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그날은 아침부터 정신없이 하루가 몰아칩니다. 어쩌면 한가하게 그러고 있을 틈이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적어도 오늘은 아이들이 없으니 마음 편하게 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막상 개학날에 어떻게 하루를 보낼 것인지에 대해 나름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2학기 시작 전에 배부해야 할 새 교과서도 준비해 놓을 수 있습니다. 보통은 그날 아이들을 복도로 데려가 차례대로 한 권씩 챙기게 하면 되지만, 맞게 챙겼는지 확인해야 하니 오늘 같은 날 제가 미리 아이들 수만큼 세어 교실에 가져다 두면 그것만으로도 한두 시간은 줄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어쩌면 오늘 한두 명의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종종 개학날이 언제인지를 혼동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이들은 와서 절 보자마자 대뜸 신경질부터 내곤 합니다. 자기가 잘못 알아놓고는 마치 제가 개학이 언제인지 알려주지 않아서 헛걸음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나옵니다. 반가운 건 사실입니다만, 일단은 집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바깥에 있다가 어떤 사고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합니다. 이런 말 저런 말 필요 없습니다. 딱 한 마디만 던져 놓으면 됩니다.
"잘 됐다. 안 그래도 대청소하려고 했는데, 선생님 좀 도와줄래?"
대체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자취를 감춥니다.
오늘내일 이틀간 새 학기를 준비하러 학교에 갑니다. 손이 많이 가는 자잘한 일거리부터 꽤 번거로운 일들까지 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 가서 뭘 해야 하는지 미리 떠올려 봐도 감이 안 잡힐 정도입니다. 이럴 때에는 교실문부터 열어야 합니다.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계산이 서기 때문입니다.
이제 왜관행 기차에 오릅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시작하게 됩니다. 점심을 어떻게 먹을지 약간 걱정은 됩니다만, 무탈하고 보람 있는 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꽤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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