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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08. 2024

나이와 걷기

사백 열 번째 글: 20년 뒤에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요?

밖에 있는 동안 저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걷는 데에 할애하는 편입니다. 자가용 없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서 다니니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결정이 제 삶에 불편을 가져왔다거나 지금도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대략 13년 전에 제 스스로의 의지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때가 갓 마흔이 되었을 때인데,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은 편해서 좋은데 이렇게 마냥 운전을 하면서 다니면 제 시간을 제가 의도한 만큼 쓸 수 없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미련 없이 운전대를 놓았습니다. 한창 운전해야 할 나이에 말입니다. 그동안 저는 학교를 네 번 옮겼습니다. 그곳 모두가 다행스럽게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운전대를 다시 잡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물론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잃어야 하는 게 인생의 정이치입니다. 운전을 해서 다닌다면 왕복 2시간이면 넉넉한 거리를, 지금은 출퇴근 시간에 무려 5시간이나 들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제 행동이 참 바보 같다거나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그 시간을 이용해서 제가 쓰고 싶을 만큼의 글을 쓰고 있으니, 어쨌건 간에 하나는 잃었어도 하나는 쟁취한 셈이 됩니다.


걸어 다니는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동안 저는 하루 온종일 어르신들을 많이 봅니다. 그분들의 여러 가지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요즘 들어서 그분들의 '걷기'가 제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대략 세 부류로 나눠 보겠습니다.


먼저, 저보다 10년쯤 연배가 높은 분들입니다. 뭐, 그렇다면 대략 65세 정도일 것입니다. 이분들은 아직까지는 팔팔하게 걸어 다닙니다. 간혹 여자분들은 계단을 내려올 때 고통을 호소합니다. 그래서 아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혹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이분들은 보행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다음으로, 저보다 20년쯤 연배가 높은 분들입니다. 75세 정도겠습니다. 이때부터는 확연히 차이를 드러냅니다. 젊은 사람 못지않을 정도로 쌩쌩하게 걸어 다니시는 분들도 더러 있으나 대체로 보행에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앞서 말했듯 특히 여자분들은 그 정도가 심합니다. 걸음의 속도나 보폭 면에서도 여자분들은 남자분들을 따라갈 수 없고, 계단 앞에서는 거의 좌절의 모드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찾곤 합니다. 여자분들이 왜 남자분들보다 걷는 데 힘겨워하는지 그 이유를 나름 생각해 봤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세월 동안의 가사 노동이나 자녀에 대한 적극적인 양육 등이 관절을 닳게 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그건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나 어머니를 봐도 그렇고, 생존 중이신 저희 장인어른이나 장모님을 봐도 그러했습니다. 물론 주변에서 보는 어르신들도 마찬가지고요.


마지막으로, 저보다 30년쯤 연배가 높으신 분들입니다. 이때부터는 여자분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허리가 많이 휜 분들이 여기저기 다니신다는 겁니다. 어지간해서는 남자분들이 허리가 45도 이상 휜 분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저는 지금까지 허리가 심하게 휘어져 걷는 데 꽤 불편해 보이는 남자분을 딱 한 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에 비해 허리가 심하게 휜 여자분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확실히 우리나라는 남자분보다는 여자분들이 더 많은 고생을 하며 살아온 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르신들의 걸음걸이나 걷는 모습에 대해서 제가 주목하게 된 이유는, 제가 그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과연 저는 자유자재로 걸어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에는 보행에 불편을 겪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움직임은 많지만, 정작 자기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은 하지 않아서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 요즘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관절의 원활한 움직임을 위해서, 튼튼한 하체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합니다.


오늘도 친구를 만나고 오면서 많은 어르신들을 보았습니다. 만약 그분들에게 이제부터라도 운동하셔야 합니다,라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했습니다. 얼핏 봐도 운동은커녕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지금부터 지속적으로 운동을 한다면, 제가 75세가 되었을 때 혹은 85세가 되었을 때 팔팔하게 걸어 다닐 수 있을까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당당하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을까요? 특히 요즘 들어 많이 눈에 띄는 전동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별 어려움 없이 걸어 다닐 수 있을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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