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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07. 2024

아침, 그리고 비

아침부터 살짝 저기압이 됩니다. 연휴의 끝에 결국 출근하는 월요일에 대뜸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미 내리는 비를 어찌할까요? 그나마 많이 오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또 하루 온종일 우산을 꺼냈다 접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슬슬 열이 뻗치는 중입니다.


구름으로 뒤덮여 말간 구석이라고는 없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제발 출근 시간만 참아줄 수 없겠니?'

마음 같아선 저 무심한 하늘에 대고 그렇게라도 말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뭐, 그런다고 해서 제 말을 들을 리는 없습니다.


가을이 오긴 왔나 보네, 하며 조금은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괜스레 혼자서 부아가 나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그 무더웠던 여름을 생각하면, 이 작은 비로 가을을 몰고 왔다면 이 비를 탓할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비를 싫어해도 폭염과 비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비일 테니까요.


그리 보면 오늘 이 아침의 비는 반가운 손님입니다. 그 지긋지긋했던 더위가 드디어 물러갔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언젠가는 불시에 다시 찾아 올 더위인 건 압니다. 그래도 앞으로 최소한 반년 정도는 더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증거입니다.


기차를 타러 승강장에 내려와 있습니다. 좌우로 뻥 뚫린 선로 위를 상행선과 하행선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기차가 그렇게 지나갈 때마다 한 줌의 바람을 실어 나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겉옷을 챙겨 입지 않았으면 어땠을까요?


이제 가을이 왔구나 하며 안도할 찰나에 벌써부터 겨울을 걱정해야 할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요? 가족 중의 누군가의 입에서 '춥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아직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니까요. 웬 엄살이냐 여기며 밖으로 나와 보니 어쩐 일인지 쌀쌀함의 정도를 넘어선 듯합니다.


실내에 창문을 열어 놓으면 누구든 춥다고 말하며 이내 닫아 버립니다. 입에서 저절로 '춥다'라는 말을 내뱉으며 말입니다. 우리에게 성큼 다가선 가을이, 오자마자 꼬리부터 보이고 도망가려는 형국입니다. 조금 더 오래 붙잡아 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가겠다면 녀석을 보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가을인데 말이 살찔 틈은 줘야 하지 않겠냐며 떼를 써 봅니다. 이 좋은 가을에 책 한두 권 읽을 정도의 시간은 줘야 하지 않냐며 우겨보고 싶습니다.


부디 이 비가 그치고 난 뒤 추워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얇은 옷을 입고 이 가을의 햇빛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낙엽이 발밑을 굴러다니기 전에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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