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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10. 2024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그냥 쓰라.

2024.10.11.

오늘의 문장
어젯밤에는 소설을 막 끝낸 팸과 함께 지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직업을 바꿔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더니 그녀가 말했다.
"흠, 나는 계속해서 책을 쓰게 될 거야. 그건 분명해. 문제는 글을 쓰는 동안 어떻게 생계를 해결하느냐 하는 거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어차피 인생은 선택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장 먹고살 돈이 충분한 나는 글쓰기의 고통이 문제다. 만약 돈이 없다면 빈곤의 고통이 문제일 것이고 글쓰기는 약속의 땅이 될 것이다. 자, 이제 다들 이 이야기의 교훈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그냥 쓰라는 얘기다. 그 무엇도 변명이 될 수 없으니 말이다. ☞ 나탈리 골드버그, 『글 쓰며 사는 삶』, 페가수스, 251쪽




나의 문장


글을 쓰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길을 잃은 사람이 지도나 하다못해 나침반이라도 찾으려 하듯 우린 그때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뒤적여 보기도 합니다. 또 그것이 때로는 유명한 글쓰기 동영상 강의일 수도 있습니다. 우린 그것들을 읽거나 들으면서 타인들은 글쓰기의 난관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그 길을 더듬어 보곤 합니다. 또 이 난관을 이겨낼 어떤 팁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글쓰기와 관련한 책들을 출간한 작가와 아직 그 어떤 책도 출간한 적 없는 저와의 차이점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책 출간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저는 이런 의문 따위는 가지지 않았을 겁니다. 비록 표면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실질적인 차이는 책에 있지 않습니다. 시시각각 만나게 되는 글쓰기의 난관을 적어도 그들은 빠져나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는 아직도 그 속에서 맴돌고 있고요. 그러면 저자의 그 경험이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싶을 겁니다. 정말 그러했는지 여러분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저 역시 한때는, 어떻게 하면 글을 지금보다 더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왔었습니다. 그런 절실한 바람은 엉뚱하게도 어지간한 글쓰기 책은 죄다 읽게까지 했고요. 이건 저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려는 게 아닙니다. 그만큼 고민이 깊었다는 걸 얘기하려는 것입니다.


제가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제가 읽은 국내외 유수의 저자가 쓴 글쓰기 책이 무려 2백 권이 넘습니다. 제법 이름난 책들은 어떻게든 구해 읽었습니다. 당연히 저희 집에도 글쓰기와 관련한 책이 가장 많고요. 책을 많이 읽어 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지식이 쌓이는 걸 느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무지가 점점 더 선명해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많은 글쓰기 책을 섭렵하게 했던 저의 경험은 저를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어떤 글쓰기 책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어떤 글쓰기 책에도 내가 원하는 답은 없다.


어찌 보면 참으로 거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누군가는 그리 말할지도 모릅니다. 고작 그 정도 읽어놓고 세상의 모든 글쓰기 책을 다 읽은 듯 구는 건 문제가 있지 않냐고 말입니다. 그런 따끔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저는 글을 써 오는 동안 그 많은 글쓰기 책에서 그 어떤 도움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궁금해할 듯합니다. 그렇게 해서 '네가 찾은 해답이 뭐냐?'라고 말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해답은 다른 데 있지 않고, 바로 내 안에 밌다.


일단 여기에서 먼저 제 말이 맞다는 가정을 해보려 합니다. 우리 안에 해답이 있는 걸 안다면 우린 그 답을 찾기 위해 더는 방황할 이유가 없습니다. 조용히 우리 내면으로 들어가 길어 올리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힘주어 말하겠습니다. 글쓰기의 방법이나 비결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물론 그 방법이나 비결은 어쩌면 준비된 사람만이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이번에는 우리 안에 해답이 없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전 이렇게 되물으려 합니다. 아니 정중하게 요청하겠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그 해답을 찾아와 보십시오. 누구의 글쓰기 책에 있는지, 혹은 유튜브의 어떤 동영상 강의에 있는지 말씀해 주신다면 저는 이 가당치도 않는 제 고집을 꺾을 의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탈리 골드버그는 어차피 인생은 선택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 어떤 길을 선택하든 우리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선 비현실적일 정도의 동경을 품기 마련입니다. 이미 우린 글쓰기라는 이 고약한 세계에 발을 들여놨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나탈리 골드버그는 거만할 정도로 선을 그어 버립니다.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그냥 써라. 그 무엇도 변명이 될 수 없다.


이건 비단 그녀만의 생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 마음속에서 그런 외침이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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