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설을 씁니다. 글쎄요,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저는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 나이에 무슨 꿈을 꾸고 있냐고 말입니다. 그동안 하고 있던 것도 슬슬 마무리해야 할 때라는 망언을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이제 어지간한 욕심 따위는 부리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 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죽기 직전에 신춘문예에 등단이라도 하거나 아니면 어떤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게 저 나름의 제 미래입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전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벌써 이곳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소설만 해도 십수 편이 넘습니다. 그 작품들을 쓰면서 저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아등바등 소설을 써서 뭘 할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생각해 보니 저조차도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창 진행 중인 신춘문예에 원고를 보내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문예지 문학상에 응모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으로선 그저 몇 편을 썼네, 하며 차곡차곡 쌓기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소설가가 되려면 어찌 되었건 간에 여기저기에 원고를 보내야 합니다. 기껏 써 놓고 혼자서 싸 짊어지고 있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저는 원고를 그 어느 곳에도 보내지 못하는 걸까요? 누구는 응모하고 싶어도 써 놓은 게 없다고 하면서 아우성을 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선 보면 저는 그 많은 소설들 중에서 한두 개만 골라 다듬어서 보내면 될 텐데 말입니다.
일단 제 소설의 수준은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보낸다고 해서 당선될 리가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원고를 보내는 건 조금도 수고스럽지 않으나, 낙선되는 걸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지 않는 심리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이가 젊으면 패기로라도 밀어붙여 본다지만, 늘그막에 되돌아올 상처가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젯밤 무심코 공모전 정보를 모아놓은 사이트를 펼쳐놓고 한참 동안 들여다봤습니다. 가장 최근에 응모했던 게 대략 십일이 년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수시로 원고를 보냈으니 이제 어지간한 곳은 요강 자체를 달달 외우고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 한두 시간쯤 고민했던 모양입니다. 밖에서 식구가 저를 부르는 것도 못 듣고 마냥 그렇게 있었습니다.
만약 원고를 보낼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 딱 적절한 타이밍입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 두 편 정도를 골라 약 2주 정도 네다섯 번 퇴고한 뒤에 보내면 됩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모종의 확신이 있을 때 원고를 보내도 당선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이렇게 망설임이 길어진다면 하고 생각하니 역시 올해도 때가 아닌 모양입니다.
조용히 쓰던 소설이나 마저 쓰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