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자그마치 6시 33분이었습니다. 순간 앞이 노래지더군요. 날아가도 지각을 면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허겁지겁 뛰어나가서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가도 7시 14분 기차는 탈 수 없습니다. 그다음 시각의 8시 14분 기차를 타고 왜관역에 내리면 8시 32분입니다. 8시 30분까지 출근인데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왜관역에 도착하면 무조건 택시를 타야 합니다. 그나마 1교시 수업이 시작되는 9시 전까지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입니다. 아침부터 그 아까운 돈을 써가면서 말입니다. 택시비는 14,000원 나옵니다. 조금만 서두르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인데,라고 생각하니 아깝기 그지없는 돈입니다.
정말 급할 때는 저도 탑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될까 말까입니다. 그런데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어느 선생님은 하루도 빠짐없이 택시를 이용합니다. 한 달에 무려 택시비만 30만 원을 지출하는 셈입니다. 사실 남이야 택시를 타든 비행기를 타든 제가 가타부타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면 저만 안 타면 될 일입니다.
제가 결정적으로 택시를 타지 않으려는 이유는 딴 데 있습니다.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이라고 어느 하루 택시를 타고 출근하면 다음 날 버스를 타기가 싫어지더군요. 최단시간에 도착하는 것도 매력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왜관역에 내려 벌벌 떨면서 버스를 기다리는 게 싫어지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30분이나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호재가 있습니다. 지하철 4호선(대경선)이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시간표를 검색해 보니 7시 26분에 대구역에 들어오더군요. 내리면 51분쯤이니, 도보 이동 시간을 제외하면 5분만 기다리면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갑자기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제 어지간해선 아침부터 널을 뛰듯 설쳐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습니다.
대경선은 나흘 전인 14일부터 개통되었습니다. 경산역에서 출발하여 구미역에 도착하는 교통편인데 생긴 지 불과 4일밖에 안 되었지만, 새삼 그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방법이 없던 막막한 문제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 격입니다. 여건이 좋아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겠지요. 그 불편했던 출퇴근 시간의 난제 하나가 해결되었으니 숨통이 확 트이는 듯합니다. 없었던 여유가 생겼으니까요. 아침에 조금은 더 느긋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 이만저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어떤 불편한 점들이 개선될지 기대가 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