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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5. 2023

너는 어느 쪽?

쉰 번째 글: 뜻을 같이 하지 않으면 적인가?

다가오는 9월 4일은 서이초 교사의 49재일이다. 그 선생님의 죽음으로 인해 교육의 현안이 이렇게 크게 이슈화되었고, 그 일이 있었으니 지금까지의 움직임이 가능했다는 건 인정한다. 그동안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꽤 오랫동안 묵묵히 소임을 다해오던 전국의 선생님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일시에 응집하는 일을 가능하게 했다. 그 일환으로 9월 2일(토)과 4일(월), 대대적인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문제는 일선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이다. 토요일 집회는 그렇다 쳐도 월요일 집회 참석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월요일 집회 참석으로 인한 이해득실을 따져 행동해야 할 때라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이다. 상식적으로 월요일 집회에 참석하려면 학교에 출근할 수 없다. 연가 혹은 병가로 결근이 불가피하고 단위 학교에서는 결원 인원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학교장 재량휴업일 지정이다.

그런데 지금 교육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날 연가를 불허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더군다나 이번 사안은 학교장 재량휴업일 지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관계로 이 역시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제 본교의 몇몇 선생님들과 얘기해 봤더니, 당일에 병가로 학교에 오지 않거나 이도 저도 안 되면 무단결근이라도 각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뜻을 함께 할 수 없어 미안하긴 하나, 이런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전국적인 혼란이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월요일 집회를 이어가야 그게 맞는 것일까? 지금의 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야기한 데 있어 학부모들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들이 우리의 적(?)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좋든 싫든 우린 그들과 함께 나아가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그들에게 등을 돌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무엇을 하든 전진만 하는 법은 없다. 더 많은 전진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서는 지혜도 필요하다. 월요일 집회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저들이 노리는 수라고, 그래서 반드시 집회를 강행해야 한다는 건 내부자의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마음이라도 함께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월요일 집회를 고수하면,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교육을 걱정하고, 미래를 염려하고,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노력들이, 결과적으로는 밥그릇 싸움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누가 물었다. 너는 어느 쪽이냐고.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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