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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11. 2023

다시 월요일

예순일곱 번째 글: 1/52의 월요일이 다시 왔네요.

다시 월요일이 되었다. 금요일이 되면 주말을 앞둔 설렘이 약간 일어난다. 그날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할 때면 이틀의 달콤한 휴일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나름의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러다 막상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저녁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싸늘하게 식어버린 채 지금처럼 월요일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오늘이라는 하루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기껏 해봤자 그 흔한 52개의 월요일 중 하루니까 말이다. 한 해를 기준으로 보면 16번 정도의 월요일만 남았다. 벌써 1년의 2/3가 지나버렸다는 말이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하루하루는 참 긴 것 같은데 1주일은 훌쩍 가는 느낌이다. 또 그나마 더딘 1주일에 비해 1달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마찬가지로 1달의 긴 시간도 1년 앞에선 맥을 못 춘다.


요 며칠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틀지 않고 잠을 잤다. 맞다. 이제야 살 만하다. 아니 잘 만 하다. 약간의 갑갑함이 없진 않으나 더 이상의 끈적거림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밤의 기운이 차졌다. 아직 한낮의 기온은 높은 편이지만, 벌써 가을이 문 앞까지 왔다는 말이겠다. 밤이 기온이 이 정도라면 쓸데없는 걱정으로 잠을 설칠지언정 열대야로 인해 고생할 일은 없으리라.


한창 더울 때 이 더위를 어찌 견디겠느냐며 걱정해도 결국은 그 별스럽던 무더위도 성큼 물러가고 있다. 그 흔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이 또 한 번 증명되었다. 아무리 고달프고 힘겨운 시기도 어떻게든 지나간다. 지독했던 한 번의 폭염을 보내고, 얼마 후 다시 이번보다 그 정도가 더한 폭염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결국은 인생인 것이다. 이럴 때 딱 어울리는 말이 있다. 인생 별 것 없다,라는 말이다.


사는 게 별 것 있느냐는 말들을 많이 한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리라. 누군가는 특별한 삶을 사는 것 같고 또 다른 누군가는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삶을 사는 것 같아도 결과적으로는 인생 자체가 제로섬 게임이다. 나와는 다른 어떤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의 그것을 배 아파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난 어떤 상태로 그 말을 내뱉을지에 대해 주목하고 싶다. 특별한 것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니 주어진 하루를 그저 대충대충 살아가면서, 사는 게 별 것 없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 살고 그렇게 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사는 게 별 것 있느냐는 말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이 36번째가 되었든 37번째가 되었든 어차피 오고 만 월요일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일요일 한낮의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그대로 시간이 멈추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간에 또 어떻게든 며칠을 열심히 살아내고 다음의 월요일을 맞이하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테다.

참 별 것 없는 또 한 번의 월요일, 요란하게 맞을 이유도, 피곤하다며 찌푸릴 이유도 없다. 늘 그랬듯 묵묵하게 보내는 것이 내가 할 일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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