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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04. 2023

아침 글쓰기

아침에 늘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항상 아침에 글을 씁니다. 그게 굳이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못한다'는 식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은 아닙니다. 운전을 하지 않는 출퇴근 시간, 그중에서도 아무래도 아침은 제게 뭔가를 새록새록 떠오르게 합니다. 두뇌가 한창 말랑말랑 활발해지는 때라 그런지, 밤새 거의 잠을 못 청한 영향도 받지 않는 듯 보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한 작가님은 아침마다 손으로 직접 일정한 시간 동안 글을 쓰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침 글쓰기의 효능을 말씀하시면서 저에게도 해보라 하시곤 합니다. 그 장면을 떠올려 보면 어찌나 부러운지요. 그러고는 싶지만 저는 그때마다 흔들리는 기차와 버스 안에서 육필로 글을 쓰는 게 불가능하다는 핑계로 스스로의 게으름을 합리화하곤 합니다.


맞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다고 해도 글은 손으로 써야 제맛인 겁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각종 정보통신기기로 글을 썼다고 그러는지 싶어, 이런 제 자신을 볼 때마다 우스운 생각도 듭니다.

한창 쇠질 하며 몸을 만들고 있을 때 저희 아들이 제게 한 말이 생각납니다.

"김유신 장군이 보면 통탄할 노릇이다. 덤벨이고 바벨이고 그런 것 없이 그때도 잘만 운동했을 거다 산천을 뛰어다니고 바위를 들었다 놨다 하고 나무를 상대 삼아 열심히 단련하는 게 진짜 운동이지. 근육 만든답시고 쇠질 하는 거, 그거 진짜 운동 아냐."


그 어떤 일이든 항상 진리는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진리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헤매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 단순한 진리 역시 자기 자신 안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제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게 너무도 익숙해진 탓에 과연 나중에라도 제가 육필로 글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합니다.


흔히 하는 말로 로망이라고 하지요? 매일 아침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저에게도 로망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 아침입니다. 책상 위에 먼지만 수북이 쌓인 채 방치되어 버린 400자 원고지를 언젠가는 펼쳐야 할 텐데  언제쯤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어찌 되었건 간에 글을 쓰는 아침은 제게 감미롭게 다가옵니다. 이 경이로운 아침에 제 자신을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출근하느라 핸들만 잡고 있지 않아도 되어서 저는 이 아침이 너무도 좋습니다.


만약에 그것이 가능하다면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 작가님들도 아침에 글을 써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아침을 맞으실 수 있을 겁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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