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Oct 16. 2023

새벽과 아침

백여덟 번째 글: 몇 시까지 새벽인가요?

5시 5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월요일이라 오늘은 조금 더 서두른 셈입니다. 완연한 새벽의 기운을 느끼게 되는 이 시간대가 참 좋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어쩐지 약간은 무섬증이 느껴진다거나, 반대로 사람이 너무 많아 혼잡한 그런 시간대가 아니라서 더없이 좋습니다. 그런데 새벽이라 하기엔 어찌 보면 애매하단 생각이 듭니다. 다른 말이 더 어울릴까 싶어 떠올려 봅니다. 생각하나 마나 아침밖엔 없습니다. 그러면 언제까지가 새벽일까요? 또 언제부터가 아침일까요? 살아보니 그렇습니다. 모든 건 경계를 잘 설정해야 하는 법입니다.


가 생각하는 새벽은 오전 6시까지입니다. 그리고 오전 6시부터는 아침이라고 불러야 마땅합니다. 사실 오전 6시를 아침이라고 하기엔 약간 이른 감이 없지는 않습니다. 대개 아침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모두 깨어나 활동하는 시간을 지칭하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6시가 되어도 생각보다는 활발한 움직임이 덜 느껴집니다. 당장 직장동료들에게 물어봐도 이 시각이면 아직까진 한밤중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슬쩍 늦춰 봅니다. 6시 30분, 뭔가 애매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7시라고 하기엔 꽤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게 있어서의 아침은 오전 6시부터로 설정하려 합니다. 마침 인터넷에 찾아보니 오전 6시를 기준으로 새벽과 아침을 나눠놓은 자료가 눈에 띕니다. 이제 객관성까지 확보했으니 더 마음 놓고 생각을 펼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집을 나선 시각이 5시 50분이었으니 그때는 엄연한 새벽입니다. 새벽의 풍경이라고 뭔가 색다르다 싶은 건 그다지 없었습니다. 다만 남들보다 약간 더 일찍 움직인다는 것, 하루를 조금은 더 길게 쓰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고나 할까요? 이 시각에 지나다니는 사람에 대해 말하려니 눈에 띄는 건 죄다 무지막지하게 달리는 차들뿐입니다. 참, 그러고 보니 새벽이라고 하면 대번에 떠올릴 만한 사람들, 즉 우유배달부나 신문배달부는 지금보다 더 이른 시간에 움직이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보면 그들은 분명 새벽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이들입니다.


완연한 가을이지만 벌써 겨울의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아침 공기가 찹니다. 8분 남짓 걸어 지하철역에 도착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 개표구를 통과하는 순간 이제 저는 아침에 들어섭니다. 어찌 보면 살아간다는 게 좀 묘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고작 1초라는 시간을 경계로 새벽과 아침이 구분되니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드문드문 빈자리가 보이지만, 생각보다 지하철 안에 사람이 많습니다. 그걸 명당이라고 해야 할까요? 6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좌석 중에서 왼쪽 끝과 오른쪽 끝은 빈자리가 없습니다. 가운데 어정쩡하게 앉은 이들은 하나같이 휴대폰을 보고 있고, 끝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지지봉에 기대어 선잠을 청하는 중입니다. 저렇게 해서라도 부족한 잠을 때우고 있으니 탓할 일도 아닙니다.


잠시 잠을 청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맨 끝 자리는 한쪽만 불편하면 되니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가운데 앉으면 왼쪽에, 그리고 오른쪽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서 있는 것보다 못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복불복입니다. 가끔은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한꺼번에 6명이 앉는 구조가 아니라 따로따로 독립된 자리 4개 정도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맨 끝 자리가 비는 행운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냉큼 옆으로 옮겨 앉으면 되지만, 하필이면 다음 정차역에 내려야 합니다.


대구역에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빠져나옵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완벽한 아침의 모습입니다. 발걸음을 내딛는 곳마다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여기저기에서 거센 투의 말소리가 느껴집니다. 모르는 누가 이곳에 서 있어도 여기가 경상도라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제 제대로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겠습니다. 아마도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또 어떻게 하루를 보내나, 하고 말입니다.

과연 오늘 하루는 어떤 모양새로 그려질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충분한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