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잔 아침
백 서른네 번째 글: 어떻게든 지각은 피해야 한다.
한 번씩 이럴 때가 있습니다. 오늘처럼 늦잠을 자고 말아 허둥지둥 서둘러야 할 때가 말입니다. 시쳇말로 멘붕이 됩니다. 극히 짧은 시간 내에 모든 채비를 끝내고 집을 나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일단 저는 잠이 많은 편입니다. 다만 평일에는 그걸 누르고 누를 뿐입니다. 장거리 통근에, 게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아무래도 실제로 차에 타 있는 시간보다 기다리거나 도보로 이동하는 시간이 깁니다. 그래서 좋든 싫든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시각이 정해져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더 자거나 어물쩡거리다 그 시각을 넘기면 영락없이 지각을 면치 못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마다 집 앞 지하철역에서 6시 33분에 열차를 타야 한다. 최후의 마지노선은 6시 42분 기차입니다. 대구역에 내리자마자 바삐 걸어야 하지만, 그나마 이 시각의 열차를 놓치면 영락없이 지각하게 됩니다. 매일 타는 7시 14분 기차를 놓치기 때문입니다. 상상도 하기 싫으나, 이 열차를 놓치면 1시간 뒤에 기차가 있습니다. 만약 이 기차를 타게 되면 9시 반은 되어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으니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는 가히 짐작이 안 됩니다.
정해져 있는 시각, 일찍 일어나면 느긋하게 준비할 수 있듯 늦게 일어나면 정신없이 서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5시 40분에 우는 알람을 듣고 끈 게 잘못입니다. 매번 그러진 않은데 무심코 그러고 맙니다. 그놈의 5분만, 5분만 때문이겠습니다. 그땐 정말 답이 없습니다. 초인 같은 힘을 발휘해서 최대한 동선의 길이를 줄이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서둘러야 합니다.
6시 17분, 오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확인한 시각입니다. 많이 촉박하지만 서두르면 42분 지하철을 탈 수 있습니다. 15분 안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튀어나와야 합니다. 만약 제가 여자였다면 지하철과 기차 안에서 화장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저는 아침에 공공장소에서 화장하고 있는 사람을 봐도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보기가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세면 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것처럼 화장하는 과정도 지극히 사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습니다. 가끔 지극히 평범해 보이던 사람이 삽시간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곤 합니다. 저 사람은 얼마나 바빴으면 이런 데서 화장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며 이해하려 합니다. 영 보기 싫으면 제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7시 14분 왜관행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그나마 지각은 피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다만 이렇게 서두르다 보면 그 쫓기는 마음이 이어져서 그런지 하루 종일 우왕좌왕하게 됩니다. 늦게 일어났으니 별 수 없습니다. 일찍 잠에 들면 더 많이 자게 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으니 별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은 매일 아침이 전쟁통이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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