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통도사에 갔을 때였습니다, 연못두 개가 있었지요. 하나는 만세루(기념품 가게) 맞은편에 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웅전 뒤편에 있던 구룡지였습니다. 서로 다른 곳이었지만 공통점은 있었습니다. 가운데에 접시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누가 처음으로 시작한 건지는 몰라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습니다. 동전을 찾기 위해서지요. 만 원이라는 돈을 넣는다면 꽤 망설일 테지만, 겨우 100원 정도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할 만하지요. 500원이라면 또 모를까, 요즘 같은 시대에 고작 100원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아도 뻔하니까요.
따지고 보면 100원짜리 하나로 소원을 이루겠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어딘지 모르게 도둑놈 심보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게다가 별 노력도 없이 동전 하나 던져 넣는 걸로 말입니다. 분명 누군가가 지어내어 퍼뜨린 말일 겁니다. 그 접시 안에 '골인'시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입니다.그래서이겠죠. 접시 구조물은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동전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좀 엉뚱한 생각이긴 합니다만, 저 많은 동전 중 일부는 절 측에서 수시로 건져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저도 동전을 던졌습니다. 200원을 썼으니 그리 과하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합니다. 물론 각각 하나씩의 소원을 빌면서 말입니다. 하나는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소원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루어져선 안 되는 소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터무니 없는 소원을 바라는 자에게는 단호한 매가 약이지요. 그런 세상의 이치를 증명이라도 하듯, 작은 소원을 빌며 던진 동전은 멋지게 접시 안에 안착했습니다. 그런데 훨씬 더 큰 소원을 빌면서 던진 동전은 접시 안에 들어갔다가 튕겨져 나와 꼬르륵(제겐 안 들렸지만) 소리를 내며 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제게는 들리지도 않았던 그 '꼬르륵' 소리가 시각화되어 '과하고 헛된 욕심은 버려라'라는 소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작은 소원도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그 정도 소원은 빌어도 충분히 흠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소원은 제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별 것 아닌 동전 던지고 소원 빌기를 하며 또 하나의 배움을 얻습니다. 과유불급, 정도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하나, 분명 넘치는 것은 과하고 헛된 욕심일 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