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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Oct 28. 2023

통도사 후기 2

백 마흔두 번째 글: 하나만 이루어져도......

낮에 통도사에 갔을 때였습니다, 연못 두 개가 있었지요. 하나는 만세루(기념품 가게) 맞은편에 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웅전 뒤편에 있던 구룡지였습니다. 서로 다른 곳이었지만 공통점은 있었습니다. 가운데에 접시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누가 처음으로 시작한 건지는 몰라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습니다. 동전을 찾기 위해서지요. 만 원이라는 돈을 넣는다면 꽤 망설일 테지만, 겨우 100원 정도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할 만하지요. 500원이라면 또 모를까, 요즘 같은 시대에 고작 100원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아도 뻔하니까요.


따지고 보면 100원짜리 하나로 소원을 이루겠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어딘지 모르게 도둑놈 심보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게다가 별 노력도 없이 동전 하나 던져 넣는 걸로 말입니다. 분명 누군가가 지어내어 퍼뜨린 말일 겁니다. 그 접시 안에 '골인'시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입니다. 그래서이겠죠. 접시 구조물은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동전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좀 엉뚱한 생각이긴 합니다만, 저 많은 동전 중 일부는 절 측에서 수시로 건져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저도 동전을 던졌습니다. 200원을 썼으니 그리 과하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합니다. 물론 각각 하나씩의 소원을 빌면서 말입니다. 하나는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소원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루어져선 안 되는 소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터무니 없는 소원을 바라는 자에게는 단호한 매가 약이지요. 그런 세상의 이치를 증명이라도 하듯, 작은 소원을 빌며 던진 동전은 멋지게 접시 안에 안착했습니다. 그런데 훨씬 더 큰 소원을 빌면서 던진 동전은 접시 안에 들어갔다가 튕겨져 나와 꼬르륵(제겐 안 들렸지만) 소리를 내며 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제게는 들리지도 않았던 그 '꼬르륵' 소리가 시각화되어 '과하고 헛된 욕심은 버려라'라는 소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작은 소원도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그 정도 소원은 빌어도 충분히 흠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소원은 제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별 것 아닌 동전 던지고 소원 빌기를 하며 또 하나의 배움을 얻습니다. 과유불급, 정도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하나, 분명 넘치는 것은 과하고 헛된 욕심일 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진 출처: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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