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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16. 2023

반가운 사람

백 일흔한 번째 글: 저는 인간이자 사람일까요?

만날 때마다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자주 만나는 사람이건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람이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만남의 시간 하나로 혹은 봤다는 그 자체로 행복감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요?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 혹은 그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기에 그런 편안함을 줄까 하고 말입니다. 뭐, 사람이 거기서 거기지, 하는 생각은 맞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성향이 다르듯 그 성향의 차이 때문인지 그들에게서 풍기는 인상이나 호감도 또한 다르기 마련입니다.


저와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 조금만 자기의 비위를 거슬리는 일이 있으면 그걸 못 참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쏟아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도 평소에는 멀쩡하게 행세합니다. 타인에게 충분히 친절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대인 예절도 어느 정도는 갖춘 듯 보입니다. 간혹 보기에 따라서는 사람 좋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뭔가 자기 뜻에 부합되지 않는 일이 일어나면 그 사람은 안면몰수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다른 사람이 됩니다.


반대로 어떤 일에든 늘 협조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은 말과 행동이 시람의 얼굴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남다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물론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가 깍듯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전자는 인간이지 사람이라고 지칭할 수 없습니다. 언뜻 생각해 보면 서로 똑같은 말처럼 들리나 엄연히 차이가 있는 말입니다. 지구상에 말을 하고 생각을 하며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생명체를 인간이라고 부를 순 있어도 모든 인간이 곧 사람이라고 일컬을 순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참 이해할 수 없는 건 이런 유형의 사람도 감수성이 나름 풍부하고 자신과 궁합이 맞는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좋은 책을 읽고 공감이 가는 구절 등을 프로필 사전에 버젓이 올려놓는다는 점입니다.


이에 반해 후자는 인간이면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어긋남이 없습니다. 자신이 가진 감수성이 고스란히 밖으로 표출되어 주변 사람들을 감싸줍니다. 그래서 단 한 번의 만남을 갖게 되어도 그 자체로 그저 좋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궁금해지는 게 한 가지 생깁니다. 과연 저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일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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