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Dec 20. 2023

눈이 오네요

이백 다섯 번째 글: 드디어 눈이 내립니다.

출근하려고 길을 나서는데 길바닥의 색깔이 다른 날과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파트 출입구를 나서면서 바닥의 상태를 살피는 건, 저도 모르게 습관이 된 하루의 첫 행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비라도 내린다면 가방 한편에 꽂아 다니는 접이식 우산을 꺼내어 펼쳐 들어야 하니까요.


통로를 지나면서 시계(視界)가 점점 확보됩니다. 다행스럽게도 비는 아닙니다. 늘  출근길을 성가시게 만드는 비가 아니라면 남은 건 딱 하나입니다. 눈입니다. 뭐, 주위가 쌓일 정도로 내리는 건 아니라고 해도 분명 내리고 있는 건 눈이었습니다. 어지간히 퍼붓는 정도가 아니니 이 정도 눈쯤은 맞아도 괜찮아 보입니다.


따지고 보면 두 번째 눈입니다만, 지난번 눈은 마치 밤손님처럼 자는 사이에 잠시 왔다 갔으니 첫눈이랄 것도 없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번 눈이 제겐 첫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원래 눈이 오면 아이들과 강아지가 그렇게 좋아한다지요? 마치 그러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강아지는 눈이 올 때면 발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연신 움직이며 팔짝팔짝 뛰곤 합니다. 나중에야 그런 말도 들렸습니다. 강아지가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발이 시려 양발을 번갈아 내딛기 위해서라고 말입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잠시 저도 어린 아이나 강아지의 마음이 되어봅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은, 아니 저의 마음은 간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늘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내리고 나서 그만 오라고 말입니다. 눈이 와서 길이 얼어붙는 건 눈이 오는 낭만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운전하는 사람이 그 나름의 고충이 있듯 저 역시 어떻게든 미끄러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다녀야 하니까요.




사진 출처: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