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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02. 2024

폰 없던 시절

이백 쉰여섯 번째 글: 그때가 그립습니다.

전 살면서 시대를 역행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친구를 비롯해 지인들에게도, 심지어 가족들에게서도 그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휴대폰 없애기'인데,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저에게 도대체 어느 시대 사람이냐고 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젠 굳이 휴대폰을 없애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한 가지 생기긴 했습니다. 지금 같으면 제가 쓰고 있는 대부분의 글을 휴대폰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들 녀석을 마중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세 사람이 얘길 나누는 모습을 잦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간혹 대화하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죄다 연배가 꽤 있는 분들밖에 없습니다. 지하철이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이 정도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여섯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마다 꽉꽉 채워져 열차는 달려갑니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으나 더러는 일행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휴대폰만 있다면 혼자서도 너끈히 하루 온종일을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기가 즐겨 듣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영상을 봅니다. 몇몇 사람들은 게임에 빠져 있습니다. 또 더러는 전자책을 읽거나 웹툰을 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도대체 누구와 대화를 나누겠습니까?


정말이지 이젠 서로에게 '안물안궁'인 세상이 되고 만 것입니다. 서로의 근황이 궁금하지 않으니 얘기할 거리도 없고, 막상 자리가 마련되어 여러 사람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도 각자가 휴대폰만 들여다볼 뿐입니다.


일전에 TVN에서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를 방영했던 적이 있습니다. 첫 화부터 최종회까지 본방 사수한 건 물론이고, 그 뒤로도 재방송을 수차례 시정했습니다. 심지어 시리즈 전체를 다운로드해서 파일로 소장 중이기도 합니다. 그때 제가 그 드라마를 본 이유는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입니다. 아무리 설정된 드라마라고 해도 인간미를 물씬 풍기며 살았던 그때가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다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과거로, 그때의 그 소중했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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