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이들을 만나고 왔어.
사실 우리 가족들이 여기저기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자꾸 마음의 짐이 되어 너의 아이들이 있는 네가 하늘로 가고 나서 새로 가진 너의 가족의 일터가 된 곳으로 놀러 가게 됐어.
한 가정에 가장이 갑자기 없어진다는 건 참 어렵고 힘든 일인 거 같더라.
나가야 될 생활비며 학원비며 고정지출이 많은데 일 년 정도 지났으니 네가 남긴 퇴직금과 일부 모아둔 돈은 이미 얼마 남지 않았고.
네가 사랑하던 너의 재수씨는 아르바이트를 3개나 하며 삶을 꾸려가는데 쉽지 않아 보였어.
다행히 어머니와 친동생이 같이 살면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지내고 있어서 부담이 조금 덜어진 듯했지만 너의 무게는 몇 배가 되어 감당하고 있었을 거야.
아들은 니 뜻처럼 축구를 하고 있고 성격도 활발하고 여전히 개구쟁이처럼 잘 지내는데 딸이 좀 걱정이야.
말도 없고 내성적이라고 하고 넘어가기엔 조금 달라 보였거든.
사실 지난번에 우리 집에서 자고 갈 때에도 아빠가 생각난다고 했어. 우리 같이 즐거웠던 시간이 다 똑같은데 너만 없어진 거니까 더 생각났던 것 같아. 딸을 특히나 더 이뻐 했으니까.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나서 익숙해졌을까 조금은 친해져서 이야기를 몇 마디 했었는데
어제 봤을 때는 그럴 수가 없을 만큼 말이 많이 없어졌고 피하면서 혼자 노는 게 가슴에 뭐가 막힌듯한 슬픔을 줬어.
사실 내가 어떻게 뭐를 도와줘야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와이프들끼리 대화를 하는데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거 같더라고.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갑자기 가장이 되었으니 그도 그럴 거 같았는데,
니 얘기는 하지 않았어.
니 얘기를 꺼내면 셋 중에 누구 하나 얘기를 꺼낸다면 바로 다들 울었을 거야.
대화하는 내내 분위기와, 단지 눈빛만으로도 알겠더라고. 그립고 힘들고 어려운 감정을 참고 있는 게 서로 보여서 조심하고 있다는 걸 잘 았았어.
네가 애지중지 예뻐하던 둘째 딸이 가장 가슴이 아파. 어떻게 해야 될까?
가족들끼리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네가 없고 남은 건 변한 게 없는데
날 보면서 너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는 너의 아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니.
불쌍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고 동정하는 마음이 들지 않게 하고자 노력 중인데 너무 안쓰럽고 미안하고 그러네.
너의 조카가 이번에 돌이었다고 해서 돌반지 한 개를 보냈다. 네가 있었으면 더 잘 챙겼을 건데 뭐 더 해줄 수가 없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반지라도 줄 수 있어서 좋았다.
오빠가 없어진 빈자리를 다 채울 순 없지만 그래도 네가 우리에게 준 것에 대해서 조금은 보답한 것 같은 기분이었어.
장례식장에서 연락처를 주고받아서 따로 필요한 아기옷이라던가 장난감은 종종 전해주고 있었거든
네가 살아있었을 때는 애기 옷이나 선물들은 중간에서 네가 고맙다며 전해줬던 것 들이야.
그걸 그냥 직접 전해주게 되면서 가끔 소식을 듣고 하는데 딱히 뭐 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 다 마음 아픈 얘기가 됐고 힘든 일이 되어버렸네.
혹시 우리가 바뀌고 내가 없었다면 너는 우리 가족들에게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아마 지금 내가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해줬을 테고 더 많은 도움을 줬을 텐데.
미안한 마음이 계속 생긴다.
힘든 세상 즐겁게 살다가 더 큰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젊고 어린 나이에. 꽃을 다 피우지 못하고 힘든 선택을 한 네가.
많이 원망스럽고 안쓰럽다.
고마웠고 지금도 고맙고 부디 하늘에서라도
너의 가족들은 큰 가슴에 품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