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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선 부디 행복하길.

같이 보낸 시간 즐거웠던 시간만 기억할게

by 써니소리

몇 년동안이나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았던 친구의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로 인연을 맺고 우정을 쌓아가다가 서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연락을 잘 주고받지 않았는데 아주 오랜만에 소식을 들었다.


소식을 전하는 가장 친한 친구 녀석의 목속리는 떨렸다.

친구가 자살을 했다는 얘기였다.

차에다가 번개탄을 피워 그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심한 충격을 받은 목소리로 담담히 소식을 전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소식을 전해주는 친구는 가장 가까이 지내면서 사소한 다툼이 오해가 되고 쌓여 깊은 갈등으로 이어져서 서로 대화도 안 하는 상태였다.


죽은 이유가 뭔데?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이유가 가장 궁금했다. 슬프지는 않았다.

주변에 스스로의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 인연들이 많아 많이 무뎌져 있었던 것 같다.

도박 빚이 있었다고 했다. 4억 정도 되는 도박빚이 있었고 빚이 점점 커져가는 부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했다.


친구 녀석은 어머님이 사주신 4억짜리 아파트가 있었고 독립해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고 했다. 아마도 어머님이 해주신 4억짜리 아파트가 심리적 마지노선이었을까.

4억이 넘는 빚을 지게 되면서 아마도 어머님이 열심히 노력해서 모아 오신, 그렇게 사주신 집을 날릴 수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컸던 것 같다.

나중에 듣고 보니 죽기 전에 어머니한테 아들로 생각하지 말라고 미안하다며 문자를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한다.


또 남겨진 가족들은 무슨 죄로 인해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할까?.

그런데 나는 왜 슬프지 않을까?

철없던 시절을 함께 보냈고 어릴 때 우정을 논하며 계산 없이 주고받던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왜 슬프지 않았을까?


친구 녀석들이 모여서 운구를 했다고 연락을 받았다. 장례를 치르지 않고 바로 화장을 하다 보니 장례식장에도 갈 수 없었다.


조용하게 기도를 올렸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훨훨 날아다니면서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고 건강하게 지내라고.


어떤 선택을 했던지 스스로 한 선택이니까 슬퍼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혼자만 생각하고 혼자만을 위한 삶을 하늘에서는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말이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시그널을 줬을 테고 시그널을 눈치채지 못하고 사소한 위로조차 받지 못했을 텐데.

그리고 많은 두려움과 후회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스스로 나쁜 선택을 한 오랜 친구 녀석의

마음을 이해해보고자 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답답함과 두려움을 잘 알기에 이미 벌어진 일에는 그저 감정을 어떻게 추스르느냐가 숙제인 것 같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흘러간 시간들이 머릿속에 영화처럼 지나갔다. 어릴 때부터 친구이다 보니 어릴 때 모습이 더 선명하게 생각이 났다.

왜 그렇게 고통스럽고 힘든 선택을 했는지.

도움을 주지 못해 많이 미안한 마음이다.

슬프기보다는 많이 미안했다.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해 주기 위해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주변에 많은 힘든 인연들이 있다. 다 지킬 수 없지만 부디 한번 살아가는 귀한 시간을 행복하게만 지냈으면 한다.

이렇게 너무 가슴 아프고 힘든 선택을 하지 않도록 부디 행복한 일만 가득해서 아무도 슬프지 않은 그런 행복한 시간들 말이다.

마지막 가는 길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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