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들 차 한 잔씩 더 받게나. 저번엔 마야 왕비가 룸비니 동산에서 무우수 나뭇가지를 잡고 산기를 느끼는 그 긴박한 순간까지 했지? 오늘은 드디어 온 세상의 등불이 켜지는 날이라네."
그때였어. 왕비가 무우수 가지를 잡고 서 있는 그 찰나, 동산 가득 오색구름이 감돌더니 보살이 왕비의 오른쪽 옆구리를 통해 찬란한 금빛을 뿌리며 세상 밖으로 나오셨지.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하늘에선 시키지도 않은 악기들이 절로 울려 퍼지고, 마른하늘에 향기로운 꽃비가 눈처럼 내렸단다.
더 신비로운 건 그다음이야. 하늘에서 아홉 마리의 영험한 용(龍)이 내려와 입에서 따뜻한 물과 시원한 물을 내뿜어 아기의 몸을 정성껏 씻겨주었어. 갓 태어난 아기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벌떡 일어나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셨지. 아기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땅에서는 주먹만 한 연꽃이 솟아올라 그 거룩한 발을 받쳐주었어.
아기는 동서남북을 사자처럼 당당하게 둘러보더니,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며 온 우주가 진동할 만큼 커다란 목소리로 선언하셨지.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이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대지는 여섯 번이나 크게 진동했고, 캄캄한 지옥조차 잠시 환한 빛으로 가득 찼어. 평생 앞을 못 보던 이들이 눈을 뜨고, 듣지 못하던 이들이 세상의 소리를 듣게 되었지. 미움이 가득하던 이들의 마음에는 자비가 샘솟고, 온갖 병마에 시달리던 중생들은 씻은 듯 낫는 기적이 온 천하에 일어났단다.
자, 이 작은 아기의 첫 외침이 단순한 울음소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잠든 존엄함을 깨우는 천둥소리였다는 게 좀 느껴지는가?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 드디어 우리 곁에 오신 것이라네.
이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참고 경전: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및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이 경전들은 부처님이 태어나실 때 일어난 서른두 가지의 상서로운 징조(삼십이종상)를 아주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지가 진동하고 병자들이 낫는 등의 묘사는 성자의 탄생이 개인의 사건을 넘어 우주 전체의 축복이었음을 보여줍니다.
① 탄생게(誕生偈)의 진정한 의미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은 모든 인간이 신이나 운명의 노예가 아닌,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고귀한 성품(불성)을 지니고 있다는 인권 선언과도 같습니다.
② 칠보(七寶)로 장엄된 세상
부처님 탄생 시 땅에서 솟아났다는 칠보는 성자의 지혜와 자비가 세상을 보석처럼 빛나게 함을 상징합니다.칠보는 금(지혜), 은(청정), 유리(투명), 자거(순결), 마노(정진), 산호(상서), 파리(맑음)를 뜻합니다.
③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
"온 세상의 고통을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는 이 구절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궁극적인 목적, 즉 중생 구제의 자비심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순야옹의 목 오후 차담>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시, 차 한 잔 나누며 올리겠습니다.
순야옹(純爺翁)의 목요일 오후 차담 4화 룸비니 동산
https://brunch.co.kr/@29b9e2756369447/54
순야옹(純爺翁)의 목요일 오후 차담 3화 코끼리 태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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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야옹(純爺翁)의 목요일 오후 차담 2화 사바세계
https://brunch.co.kr/@29b9e2756369447/45
순야옹(純爺翁)의 목요일 오후 차담 1화 수미타